‘美 중간선거前에 성과내야’ 압박감에… 文대통령, 운전대 다시 잡고 ‘가속페달’

- 文 ‘적극적 행보’ 의미

美北관계 개선 이끈 동력
11월 이후엔 상실될 우려

심상찮은 협상 교착상태
적극적 움직임 필요 판단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또 한 차례 한반도 문제에 가속 페달을 밟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인식 때문이다. 가까스로 유지되고 있는 미·북 개선의 동력이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지나면 소진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그 전에 종전선언 등 새로운 성과를 반드시 내겠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미·북 간의 협상 진척을 지켜본 결과, 더 이상 관망만 해서는 가시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6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7월 말부터 미·북 교착 상태가 심상치 않다고 보고 적극적인 움직임의 필요성을 내부 회의 등을 통해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남북 물밑 접촉 과정에서 미·북 관계를 촉진하는 성격의 남북정상회담이 거론됐고, ‘8월 말 정상회담’ 논의까지 오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청와대는 가을 평양 정상회담이 괄목할 만한 미·북 관계 개선 상황에서 개최돼 남북 경협 등을 주요 의제로 삼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통한 미·북 관계 견인’으로 방향을 선회했고 변화된 정책 기조를 광복절 경축사에 그대로 담았다. 문 대통령은 경축사를 통해 “남북관계 발전은 북·미 관계 진전의 부수적 효과가 아니다”며 “남북관계 발전이야말로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시키는 동력”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이행 의지를 다시 한 번 공개적으로 확인하고, 이를 동력으로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정상회담 개최와 종전선언을 이끌어 내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선언 시기와 관련해 청와대와 정부는 그간 ‘연내’를 목표로 삼아 왔지만 최근 청와대에서는 미국의 11월 중간선거를 넘기면 안 된다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가 나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어떻게 변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간선거까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이라는 외교적 성과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라는 정책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지만,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이 같은 정책의 근본적인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게 청와대의 인식이다.

청와대는 9월 유엔 총회 기간을 놓치면 종전선언이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최근 남북정상회담을 서둘렀던 이유도 이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최근에는 김 위원장이 10월에 별도로 미국을 방문해 남·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이 청와대 내부에서 거론되고 있다. 9월 유엔 총회를 전후해 문 대통령이 북한, 미국, 중국, 일본 등 한반도 주변국 정상들을 연쇄적으로 접촉하고 종전선언 분위기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