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을 통해 어린이 돕기 후원에 팔을 걷어붙인 이유진 이오스타 고양지사장이 30여 년 전 처음 기부와 인연을 맺게 된 배경을 밝히면서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고교졸업 후 후원엽서 접한 뒤
물품·현금 등으로 30년 기부
현재 프랜차이즈 지사장 하며
본사총괄·동료 ‘반강제’ 권유
11명에게서 나눔 약속 얻어내
“어려운 환경 처한 아이들에게
꿈 펼칠 날개 달아주고 싶어”
과거 주·월간 잡지 맨 뒷면에는 심심치 않게 후원 엽서가 붙어 있었다. 어려운 불우이웃이나 복지 관련 단체를 돕고 싶으면 또박또박 후원 내용과 금액 등을 적으면 됐다. 그리고 가위 표시가 돼 있는 선을 따라 오린 후 우체통에 넣으면 후원이 완료됐다. ‘아날로그’ 방식이다.
기부금도 ARS 전화 한 통이면 접수되는 지금과 비교해 보면 추억의 한 그림이다.
30년 전 막 여고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에 발을 디디면서 우연히 접한 잡지 속 후원엽서로 해외 후원 비정부기구(NGO)를 도우며 기부와 인연을 맺은 이가 있다. 중년이 된 지금도 변함없다.
올해 들어서는 아동복지전문기관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선뜻 후원의 손길을 전한 이유진(50·사진) 씨. 피부관리 에스테틱인 ‘이오스타’의 경기 고양지사장인 이 씨와 11일 인터뷰를 통해 어린이 후원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들었다.
“제가 1남 6녀 중 장녀예요. 비교적 다복한 가정에서 자랐죠. 그래서 가정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아요. 동대문상가에서 일하기도 하고 건축에 종사하는 등 경제활동을 꾸준히 해서 제 딸은 크게 부족함 없이 자랐어요. 하지만 젊어서부터 일하다 보니 아무래도 많이 챙겨주지 못했죠. 그런 미안함 때문에 우리 딸은 아니지만, 딸보다 어려운 환경에 처한 아이들이 재능과 꿈을 펼치지 못하면 어떡하나 생각이 들었죠. 아이들 잘못도 아니고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도 없잖아요. 이들이 올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이 책임감을 느끼고 조금씩 돕고 그래서 환경이 개선될 수 있기를 희망하는 마음에서 후원을 결정했죠.”
이런 결심으로 망설임 없이 후원서에 서약했다. 이 씨는 지난 7월 새로 사업을 시작하면서 기반을 닦기 위해 동분서주하느라 아직 어려움도 따르는 상황이다. 그래도 후원하지 않으면 옷, 액세서리, 여가, 외식 등에 쓰느라 별 의미 없이 지출됐을 것으로 생각하니 더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많은 복지 NGO 중에서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을 선택한 것은 다른 복지기관과 달리 이름이 한글이어서 느낌이 좋았기 때문이란다. 또 후원하면 아직도 재능과 꿈이 있지만, 여건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작은 나래를 붙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의 순수함은 지난 여정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동대문시장에서 근무할 때는 사랑의 열매를 통해 후원 물품을 전달했다. 건축회사에서 15년 동안 재직할 때도 월급이 그리 많지 않아 여유가 없었는데도 후원을 끊지 않았다. 10만 원을 후원하다가 5만 원으로 잠시 줄였더니 어려운 아이들 얼굴이 떠오르고 마음이 무거워져 다시 10만 원으로 올리기도 했다고 슬쩍 털어놓았다.
이 씨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을 통해 자신만 후원한 게 아니라, 본사와 지사장들을 설득해 후원자를 더 늘리는 ‘성과’를 올렸다. 이태준 이오스타 총괄이사에게 건의하고, 다른 지사장들에게는 후원에 동참하도록 권유했다. 이 이사는 회사의 모태 지역인 경남 진주를 중심으로 “도움에 나서달라”고 해 입소문을 냈다. 이 씨는 동료 지사장들이 각자 지사를 맡고 있고 수입도 어느 정도 된다고 생각해 애교를 섞어 ‘반강요’ 식으로 의사를 타진했는데 뜻밖에 모두 흔쾌히 응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방법, 경로를 몰라 후원하지 못했다”는 상큼한 반응이 나왔다. 파주지사, 구리지사, 수원지사, 광주지사, 남양주지사와 경남 진주, 창원 등에서 후원을 약속하는 등 모두 11명의 후원자가 추가로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손잡을 예정이다.
이 씨는 “창립 2년째인 회사도 내년쯤 확고히 기반을 다지면 회사 차원에서도 기부 문화에 동참할 것”이라며 “60대가 될 때까지 앞으로 10년 안에 경제적인 안정을 이루고 나면 나눔 영역에서 확실하게 리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오스타의 가칭 ‘나눔문화 본부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고 했다.
이 씨를 만나 후원 신청서를 받으며 배경을 들은 이서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 북부지역본부 대리는 “이 지사장은 나눔에 대한 철학이 확고하다”며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그냥 먹고, 입고, 치장하는 비용으로 들어가고 결국 남는 게 없지만 후원을 하면 아이들에게 희망의 씨앗을 줄 수 있다는 의지가 충만하다”고 전했다.
지난 세월 동안 이씨가 기부를 하면서 느낀 보람은 무엇일까. 그는 “매번 큰 금액이 아니어서 쑥스럽고 왠지 미안한 마음까지 들지만, 연말 즈음에 후원자들이 보내오는 작은 카드 한 장이면 뿌듯한 긍지를 갖게 된다”고 했다. ‘잊지 않고 카드를 보내주네. 고마워’ ‘내가 후원했던 아이들이 이렇게 컸구나’ ‘삐뚤삐뚤하던 글씨가 많이 늘었네’ 등의 단상을 하게 된다. 그리곤 앞으로 더 관심과 애정을 기울여야겠다는 각오를 하게 된다고 했다. 이 씨의 친동생들도 여러 여성단체를 통해 후원하는, ‘기부 DNA’가 살아 있는 가족이다.
그는 “문화 활동을 좋아하는데 나눔도 음악을 듣고 공연을 보면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잔잔해지는 문화활동과 같다고 생각한다”며 “삶, 이웃에 대한 가치·철학과도 딱 맞는 후원, 기부 활동에 관한 관심을 지속해서 기울이고 싶다”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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