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評>미·중 통상마찰의 4가지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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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성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 경제학

美 야당인 민주당이 하원 장악
트럼프 관세폭탄 견제 받을 것
‘수출 상한’ 설정 방식도 가능

갈등 확산 땐 미국에 ‘칼자루’
미 WTO 패소 땐 탈퇴 가능성
2∼3년 내 통상질서 격변 온다

지난 6일 실시된 미국 중간선거 결과, 상원과 하원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다수당이 되면서 미국 통상정책의 변화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 결과가 미·중 양국 간 통상 마찰에 어떠한 변화를 초래할 것인지는 중국에 핵심 부품과 소재를 수출하는 우리에게도 큰 관심사다. 앞으로 미·중 통상 마찰이 어떠한 방향으로 진행될지 다음과 같이 예측해 볼 수 있다.

먼저, 비록 하원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됐다고 해서 미국 통상정책의 큰 변화가 예상되진 않는다. 민주당 역시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동안 일방적으로, 또한 즉각적으로 시행돼 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정책이 다소 견제받을 가능성이 크다. 미 하원에서 통상부문은 세금 관련 이슈를 담당하는 세입세출위원회 소관인데, 이는 관세 역시 세금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이제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당이 됐기 때문에, 하원 세입세출위원회 위원장직을 민주당 의원이 맡게 된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가 하원으로부터 통상정책에 대한 다양한 견제를 받을 가능성이 큰 만큼 향후 특정 통상 이슈에 대해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가 보여준 즉각적인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로, 오는 30일 아르헨티나에서 개최될 예정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중 양국이 무역협정 협상을 어떠한 방향으로 진행할 것인가이다. 이 같은 무역협정은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이 양국의 무역 관행에 대한 제도적 틀을 협상하기보다는 양측이 직면한 현안 위주의 협상이 될 것이다. 비즈니스 경험이 풍부한 트럼프 대통령은 FTA와 같이 무역 관행에 대한 제도적 틀을 협상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대신, 양측의 현안을 협상 테이블에 직접 올려놓고 양자 간 협상을 통해 현안을 해결해 나가는 방식을 선호한다.

단적인 예가 한·미 FTA 개정 협상이다.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직접적인 이슈가 아니었던 철강 문제를 협상 안건으로 채택했고, 이를 통해 한국의 수출 물량에 상한선을 설정하는 합의를 도출해냈다. 이 방식은 미·중 무역협정 협상에도 적용될 수 있다. 중국과의 무역에서 미국의 가장 핵심적인 사안은 막대한 무역수지 적자인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해 중국이 미국 시장으로 수출하는 주요 수출품에 대해 연간 상한 물량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협상이 진행될 개연성이 짙다.

이러한 수출 상한 규제는 자율수출규제(VER)인데, 사실 1986∼1994년에 진행된 다자간 무역협상인 우루과이라운드에서 새로운 VER가 금지됐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다자무역 규범을 넘어선 이런 합의를 이미 이끌어낸 경험이 있다. 또한, 미국의 또 다른 관심사인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국영 무역과 보조금 등을 규제하는 것 역시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무역협정 협상의 성공 여부는 전적으로 미국이 중국의 주요 수출품에 대해 어느 정도의 수출 상한을 설정할 것인지, 중국이 과연 이를 합의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세 번째는, 만약 이러한 미·중 양국 간 무역협정 협상이 실패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에 미국은 중국의 수출 상품 전액에 대해 추가적인 관세를 부과할 것이며, 기존의 추가 관세를 인상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러한 미·중 양자 협상의 틀은 전적으로 미국에 유리한 상황이다.

네 번째는, 미국이 무역확장법 제232조를 이용해 중국의 철강과 알루미늄 수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한 것과 관련, 지난 4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데 대한 판결 결과와 그 후 상황에 대한 예측이다. 관세·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상의 안보위협 예외 조치와 관련된 무역 분쟁에 대해 과거 판례가 극히 적어 어떠한 방향으로 결론이 날지 예상하기 어려우나, 현 규범상 미국이 패소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경우 미국은 그동안 쌓여 온 다자무역 체제에 대한 불만으로 WTO를 탈퇴할 수도 있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WTO 개혁 논의가 어떠한 형태의 제안서로 합의되느냐에 따라 미국의 탈퇴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결국, 앞으로 2∼3년 안에 국제 통상 질서에 큰 변화가 닥쳐올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대한민국으로서는 최근 논의 동향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향후 대책 마련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