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감싼다” vs “유치원 감싼다”… 국회 일주일째 파행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텅… 도종환(앞줄 오른쪽 세 번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일 오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의사일정 거부로 지연되자, 자료를 들여다보며 대기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野 “채용비리 진실 원하는데
朴시장 보호하려 국조 저지”
與 “한국당의 국회 보이콧은
박용진 3법 저지하려는 것”

내년 예산안 심사도 ‘빨간불’
전문가 “국회 부메랑 맞을것”

국회가 고용세습 국정조사를 비롯한 각종 현안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일주일째 파행을 거듭하고 있지만 양측이 서로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당분간 국회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0일 오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회 파행과 관련 “서울교통공사에서 비롯된 고용세습과 채용비리의 실체적 진실에 대해 온 국민이 밝혀지길 기다리고 있는데 문재인 대통령, 박원순 서울시장과 가까운 (더불어민주당 내) 일부 중진의원들이 중심이 돼서 박 시장 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강력하게 고용세습 국정조사를 저지하려 하고 있다”며 “이는 머지않아 국민의 큰 지탄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도 이날 민주당의 박 시장 감싸기를 지적하며 전날(19일) 한국당에 이어 국회 일정 보이콧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박 시장의 실정이 드러날까 두려운 것인가, 아니면 이와 연루된 또 다른 이들이 자신의 비리가 드러날까 무서운 것인가”라며 “정부·여당의 국회 운영 행태에도 이미 합의된 국회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해왔지만, 이제는 특단의 결정을 내릴 때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은 즉각 반발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도대체 누구를 위한 보이콧인지 묻고 싶다”며 “감사원 감사를 지켜본 뒤 채용비리 국정조사를 논의하자는 것이 보이콧할 이유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한국당의 국회 일정 보이콧이 사실상 박용진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무산시키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당 소속 일부 의원이 유치원이 포함된 사학재단 실소유주인 만큼 이들에 대한 보호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홍 원내대표가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을 포함한 국민이 요구하고 있는 민생경제 법안뿐 아니라 여야가 합의한 60건 이르는 법안 처리를 위해서라도 한국당은 국회 보이콧을 해선 안 된다”고 야당을 몰아붙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여야가 정부 예산안 감액과 증액을 심층 논의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 구성을 둘러싸고도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470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도 빨간불이 켜졌다. 여야는 이날 각각 의원총회를 거친 후 재차 의견을 조율한 뒤 다시 협상에 나설 방침이지만 대립하고 있는 현안들을 둘러싼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려 전망은 밝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소모적 공방에 따른 국회 파행의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릴 높였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국회 파행이 지속할수록 정치에 대한 국민의 혐오와 환멸만 더 커질 텐데 이런 부분이 언젠가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며 “특히 오는 2020년 총선을 앞두고는 정치 개혁이 큰 화두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장병철·이정우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