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영리병원 첫 허용>공론화위 ‘불허’ 권고에도 전격 인가… 시민단체 반발 불구 경제살리기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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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용’ 급선회 배경

제주 관광객 수 최근 급감
외국인 투자유치 확대 절실
“불허땐 해외투자 신뢰 상실”

원희룡 제주지사가 공론화위원회의 ‘불허’ 권고에도 불구하고, 국내 첫 투자개방형병원(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인가한 것은 외국인 관광객 급감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제주도의 투자 확대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보인다. ‘의료 영리화’라는 진보시민단체의 반대보다 제주 경제 살리기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또한 녹지국제병원 불허 시 투자자 국가분쟁(ISD)이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 심각한 후폭풍도 감안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기영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의료산업처장은 5일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인데 녹지병원 개원을 불허할 경우 앞으로 제주도에 뭘 믿고 누가 투자하겠느냐”며 “녹지병원은 조건부라도 하루빨리 개원해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제주도의 최근 경제 상황은 급격하게 악화하고 있다. 올 들어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가 매달 8만 명 선으로 크게 줄었을 뿐만 아니라 연간 360만 명(2016년)이던 외국인 관광객 수도 지난해에는 123만 명까지 줄었다. 내국인이 1234만 명에서 1352만 명으로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건설업의 경우 올해 3월 기준 미분양 주택이 1339가구로 전년 대비 62%나 증가했다. 고용률 역시 계속 악화돼 경제활동인구는 올해 4월 37만58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00명이나 줄었다. 제주도의 한 관계자는 “녹지병원 개원 인허가로 개발이 중단됐던 제주헬스케어타운 사업 추진이 탄력을 받고, 병원 측이 밝힌 대로 해마다 1만여 명의 중국 뤼디(綠地)그룹 관계자들이 녹지병원에서 건강검진 및 치료를 할 경우 제주 경제에 훈풍이 불 것”으로 기대했다.

또 정부가 병원 건립을 허가했고, 법과 절차에 따라 지어진 합법적인 건물에 대해서는 행정이 이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선례를 남겼다. 중국 뤼디그룹은 2012년 투자협약을 체결한 이후 지난 6월 말까지 제주 헬스케어 사업에 총 6583억 원을 투자했다. 녹지국제병원에 778억 원이 투자됐고 1년 넘게 표류해온 개설 허가 연기로 매달 8억5000만 원의 손실을 봤다. 뤼디그룹은 2015년 정부 승인을 받고 계약 조건대로 지난해 7월 말 녹지병원 건물을 완공하고 8월 개설 허가 신청서를 냈다. 이 때문에 녹지병원 허가의 결정권을 쥔 제주지사가 위법 소지를 떠안은 채 개원을 불허하면 작지 않은 후폭풍이 있을 것으로 예견돼 왔다. 녹지국제병원이 들어선 제주헬스케어타운은 서귀포시 동홍동과 토평동 일대 153만㎡(약 46만 평)에 조성돼 있는데 현재 가용면적의 51%(약 11만7000평)를 뤼디그룹이 맡아 개발하고 있다. 나머지 49%는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잡초만 무성하다.

녹지병원 관계자는 “뤼디그룹 1만여 명의 임직원들이 녹지병원에서 매년 건강검진을 받을 것”이라며 “건강검진을 한 번 받은 사람은 그다음 해 또다시 검진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제주도를 방문하는 중국인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선순환 구조”라고 말했다.

제주 = 박팔령 기자 park8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