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틀리나 했더니… 미세먼지·황사 예보權 제각각

권한 이원화로 예보 엇박자
李총리 ‘개선방안’ 지시 불구
언론대응창구만 일원화 그쳐
부처이기주의로 기득권 고수

환경부와 기상청이 미세먼지와 황사 예보를 각각 따로 맡아 엇갈린 예보를 내놓아 혼란을 야기하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두 기관을 질책하며 적극적인 개선 방안을 주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총리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정작 환경부와 기상청은 이원화된 대기질 예보시스템은 방치한 채 ‘언론대응창구 일원화’와 ‘입 맞추기식 통보문 발표’로 논란을 봉합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땜질식 처방은 전형적인 부처 이기주의이자 행정 난맥의 하나라고 지적하며 ‘일원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10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이 총리는 비공개회의에서 환경부와 기상청 예보가 제각각이라 예보가 엇박자를 내고 있음을 지적하고 양 기관에 개선책을 주문했다. 당시 중국발 황사와 미세먼지가 함께 한반도를 덮쳤지만, 황사 예보를 맡은 기상청과 미세먼지 예보를 맡은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가 황사 유입 예보를 제각각 해석해 혼란을 부추겼다. 이달 초에도 기상청은 황사 영향권에서 벗어났다고 발표하고, 환경부는 황사 영향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올라갈 것이라는 예보를 내놓았다.

총리 주문에 따라 환경부와 기상청 관계자들은 회의 끝에 환경부가 미세먼지와 황사 관련 언론대응을 모두 맡는 데 합의했다. 문제는 환경부가 미세먼지·황사 관련 공식창구 역할을 하기에는 인력과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 환경부에는 미세먼지 예보관 8명이 2인 1조로 하루 12시간씩 일하며 전국 19개 권역을 도맡고 있다.(문화일보 2018년 11월 7일 12면 참조) 반면, 기상청은 각 지방청 단위로 모두 약 240명의 예보관이 근무 중이다. 예보관 경험도 기상청이 한 수 위라는 평가다.

기상청은 환경부 산하기관이고, 환경부가 미세먼지 주도권을 뺏기지 않고자 무리하게 황사 관련 업무를 가져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손병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미세먼지와 황사 업무가 쪼개진 것은 부처 이기주의 때문”이라며 “두 기관이 비난을 피할 요량으로 국민 혈세를 낭비할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하나가 되는 유기적 결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법 개정 없이 황사 업무를 환경부가 맡는 것은 현행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제기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두 기관 업무 통합은 시일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며 “혼란을 최소화하고자 앞으로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황사 관련 통보문은 환경부가 점검해 발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