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트럼프 리스크 증폭과 韓美동맹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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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시리아의 미군을 철군하겠다고 발표하자,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반발하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퇴의 변이 담긴 매티스 장관의 편지가 공개된 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2월 사임시킨다는 계획을 뒤집어 곧바로 대행 체제로 만들었다. 그는 또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는 의사를 관철하기 위해 정부가 업무 정지에 들어가는 ‘셧다운’도 불사하고 있다. 매티스 장관의 사퇴는 미국 정가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디로 가는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에서 그를 제어할 만한 인물이 이제 정부에는 없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안보 및 무역 등에서 본인이 선거 기간 동안 한 말들을 하나씩 철저하게 이행하고 있다. 그는 본인에 대한 비판을 가짜 뉴스라고 주장하면서 미국 사회의 기득권이 미국과 미국 국민을 중시하는 본인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한다. 전형적인 포퓰리즘적 정치인의 모습이다. 포퓰리즘에 기반을 둔 정치를 하는 정치인은 정권을 잡고 난 이후에도 본인을 약자로 규정하고, 본인과 본인을 지지하는 국민과는 다른 이해(利害)관계가 있는 기득권 세력이 여전히 사회의 주도 세력이라고 주장한다. 포퓰리즘적인 정책은 그 정책의 결과가 사회 전반적으로 부정적임에도 본인의 임기 안에 그러한 부정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으로 지지층의 구미에 맞는 정책을 펴는 것이다. 대부분의 포퓰리즘적 국가는 그 영향력이 제한되기 때문에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정책이 그렇게 결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반도 문제에 국한해 본다면 트럼프 리스크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진 영역은 우리의 외교·안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선, 아직 협상이 완결되지 않은 방위비 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우리에 대한 인식에 가장 중요한 측면이다. 매티스 장관의 비판대로 동맹의 가치를 낮게 보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의 존재를 미국 안보의 주축인 동맹의 틀에서 보는 게 아니라 서비스의 제공으로 보고 있으며, 그에 대한 대가를 요구한다. 협상이 그의 마음대로 되지 않을 경우 어떠한 결론을 내리게 될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그는 이미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한·미 연합훈련을 쉽게 북한에 내줬다.

북한과 관련해서 우리는 두 가지 위험성을 안고 있다.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어설픈 합의를 해주고 한반도에서의 위협이 사라졌다는 명분으로 주한미군 철수나 대대적인 감축을 결정하는 것이다. 알려진 대로, 그는 여전히 주한미군의 존재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 또 하나는, 그가 협상으로 얻을 것이 없다고 결론 내리고 다시 군사적 옵션을 고려하는 경우다. 현재로써는 후자보다 전자의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결정 체계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내년 초 2차 정상회담이 열리면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한미군 철수의 명분을 줄 정도의 협상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싱가포르 회담의 결과만으로도 북한의 위협이 사라졌다고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이다. 좀 더 가시적인 결과가 담보된다면 완전한 북핵 폐기가 이뤄지지 않는다 해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협상 결과 미군의 주둔 명분이 사라졌다고 판단할 가능성 역시 커질 것이다. 우리 외교·안보의 불안 요인이 동맹국의 대통령으로 인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새해 2019년은 그 어느 해보다 숨 가쁘게 돌아갈 수밖에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