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D로 위기 넘는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술 접목… TV ‘4가지 제약’을 없애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의 고형일(왼쪽) 개발 담당 수석과 구승완 상품기획 부장이 마이크로 LED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 ② 삼성전자 마이크로 LED TV ‘더 월’

품평회 30번 거쳐 내부검열 통과
개발에만 2년반… 작년 첫 공개
최초 모듈러형… 최고급시장 조준

초소형 LED 레고처럼 이어붙여
화면 크기·형태 자유자재 제작
0.1㎜ 패널 칩… 이음자국 없어
플립칩 소자의 화면, 눈피로 덜어

지난해 초 베일을 벗은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TV ‘더 월(The Wall)’의 개발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2015년 9월. 당시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내에서는 개발 선행 작업을 위한 팀이 꾸려졌다. 마이크로 LED TV는 초소형 LED를 레고 블록처럼 이어붙여 크기와 형태의 한계를 없앤 제품이다. 세상에 없던 TV를 처음 만드는 만큼 장비와 기구 설계, 공정 개발에서 어려움이 잇달았다. 일반 TV 공정에서는 밀리미터(㎜)로 다뤄지던 단위가 마이크로미터(㎛·100만 분의 1m)로 바뀌자 공정이 정밀해지고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거듭된 시행착오로 골머리를 앓던 개발팀에 1년 후 반도체 LED 사업팀이 가세했다. 팀도 새롭게 꾸려졌다.

개발, 마케팅, 디자인, 상품 기획, 사용자 경험(UX), 서비스·솔루션 등 제품 개발과 출시에 관여하는 모든 조직이 ‘더 월 PM(Product Manager)’이란 하나의 팀으로 구성됐다. 나노미터(㎚·10억 분의 1m) 단위를 다루던 반도체 미세 공정과 접목되면서 개발 속도는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2년 반가량 개발 기간을 거친 후 마이크로 LED TV는 2018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첨단기술 전시회인 소비자가전쇼(CES)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구승완 삼성전자 VD 사업부 더 월 PM 상품기획 부장은 지난달 30일 경기 수원사업장 R4에서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획 초기에 소비자가 100만 원짜리 TV를 살 때 70만 원은 화질, 20만 원은 디자인, 10만 원은 서비스와 콘텐츠로 값어치가 매겨진다면 그 이상 부여할 수 있는 다른 가치가 뭐가 있을까 찾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다”고 말했다. 구 부장은 “TV의 전통적인 개념을 깨고 공간과 일상 속에서 벽의 일부가 돼 일상에 완전히 녹아드는 TV를 만들고 싶었는데 이 같은 선상에서 마이크로 LED TV의 콘셉트명도 ‘더 월’로 정했다”고 덧붙였다.

마이크로 LED TV 더 월은 세계 최초 모듈러 TV다. 모듈러는 여러 블록을 쌓아 올리듯 LED를 빼곡하게 이어붙이는 방식이다. 이에 화면의 크기와 형태를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다. 반도체처럼 웨이퍼에서 LED를 생산해 기판에 붙이는 방식이어서다. 이때 이음 자국을 없애기 위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미세한 LED가 필요하다. 기존 LED를 사용하면 화면에서 이어붙인 자국이 검은 선으로 남게 된다. 더 월의 패널은 칩 하나 크기가 0.1㎜에 해당하는 100㎛ 이하 초소형 LED 소자가 촘촘하게 심어져 있다. 100㎛는 머리카락 1개 굵기 정도다. 이는 기존 LED보다 수십 배 작은 크기로 더 월이 하나의 화면처럼 보이는 이유다.

고형일 삼성전자 VD 사업부 더 월 PM 개발 담당 수석은 “얇은 벽지를 벽에 발라도 티가 나는데 이음 자국이 보이지 않은 채 화면 하나로 깔끔하게 보이게 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며 “눈높이가 높은 임직원들을 상대로 20~30회가 넘는 품평회를 하면서 까다로운 내부 검열을 통과했다”고 말했다.

더 월은 삼성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기술을 동시에 갖고 있기에 현실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던 제품이다. 고 수석은 “더 월은 TV 소재·구조·공정 3가지 부문을 모두 다 바꾼 제품”이라며 “TV에 LED 칩을 처음 쓰다 보니 칩에 대한 신뢰도와 고화질을 구현하기 위한 공정 개발이 까다로웠는데 이를 반도체 사업부와 협업해 극복했다”고 말했다.

더 월에는 ‘플립칩’이란 소자가 사용됐다. 집 안에서 대형 디스플레이를 보려면 발광 소자가 아주 작아져야 한다. 시청자와 TV 간 거리가 가깝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더 월의 화면을 플립칩 소자로 만들어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했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광효율이 크고 시야각이 넓어지며 눈 피로도가 훨씬 줄어든다. 플립칩 공정을 만들기 위해 삼성전자의 고난도 반도체 공정 기술이 적용됐다.

양산 과정에서도 △LED 칩을 정확하게 기판에 장착하기 위한 고속 전사 기술 △공정 정밀도와 양품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미세 가공 기술 △최고의 화질과 신뢰성을 제공하기 위한 광학 처리 기술 등도 접목됐다.

삼성전자는 올 초 CES에서는 기존 146인치에 비해 4배 이상으로 집적도가 구현된 75인치 신제품을 공개했다. 더 월 신제품은 최고급 홈 시네마 시장을 정조준했다. 테두리가 없고 두께도 얇은 ‘인피니티 디자인’은 마치 화면과 벽이 하나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구 부장은 “더 월은 화면 크기, 화면비, 해상도, 베젤(테두리) 등 기존 디스플레이의 4가지 제약을 없앤 미래형 TV”라며 “앞으로 부유층 소비자에서 일반 소비자 쪽으로 대중화될 수 있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원 =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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