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저임금方式 졸속 개편 아닌 1만원 공약 철회가 급하다

고용노동부가 27일 최저임금 결정 방식(方式)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기업의 지불 능력’을 새 기준으로 넣겠다던 당초 입장을 번복했다. 개편안은 구간설정위원회가 최저임금의 상·하한선을 정하고, 결정위원회가 그 안에서 확정하는 이원화가 골자다. 고용부는 최저임금법이 명시한 근로자 생계비·노동생산성 등 4가지 결정 기준 외에 지불 능력 등을 추가한 초안을 내놓았다가 한 달 만에 뒤집었다.

결정 기준으로서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고용부 해명은 구차하다. 최저임금 충격 완화 취지라면 소상공인 등 정책 대상자의 형편을 살피는 건 필수다. 일본도 지불 능력을 주요 기준으로 삼고 있다. 초안이 나온 뒤 노동계가 반발하자 확정안 발표를 두 차례나 미룬 끝에 결국 꽁무니를 뺀 것이다. 친노(親勞) 정책을 손보는가 했더니 또 노조 눈치보기다. 이런 졸속 개편을 대단한 것인 양 치장하니 더 기막힌 일이다. 정부가 실시한 조사에서조차 최저임금이 높다고 한 소상공인·자영업자는 76.4%로, 2015년의 7.5%보다 10배 이상 뛰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해 8∼9월 조사해놓고 지난 26일 발표까지 5개월을 묵힌 이유가 짐작된다. 올해 10.9% 인상분까지 감안하면 비명은 훨씬 커질 것이다.

산업 현장의 불만이 비등하고 부작용도 커지자 문재인 정부가 대안으로 내놓은 게 결정 방식 개편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과속을 시스템 문제로 돌리는 건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유례없는 노·정(勞政) 유착 구도에서 결정 방식을 어떻게 바꾸든 어차피 노동계 입김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사태를 불러온 단초는 2020년까지 1만 원으로 올린다는 문 대통령 공약이다. 이를 핵심 수단으로 삼은 소득주도 성장을 포기할 생각도 없다. 곁가지 치기로 국민을 현혹하지 말고 문제의 근원인 ‘1만 원 공약’부터 철회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