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새째 숨 막히는 잿빛 공포…‘脫원전 정책’ 코너에 몰렸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대통령이 나서달라”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미세먼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신한울 原電건설재개 설문에
국민 55.1%가 “계속 지어야”
서명운동도 42만명 넘게 동참

“석탄발전 낮추는건 땜질처방
脫원전 수정 없인 해결 안돼”
전문가,엇박자 정부정책 질타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로 정부가 6일 수도권에 엿새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한 가운데 현 정부의 ‘탈(脫)원자력발전’ 에너지전환 정책과 미세먼지 저감조치 사이의 엇박자가 갈수록 심해진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에너지 산업계와 학계는 “에너지원 중 미세먼지 배출이 가장 적은 원전 가동률을 낮추면서 동시에 미세먼지 배출을 막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딜레마’가 결국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걸림돌이 돼버렸다”고 분석했다. 전국을 삼킨 잿빛 미세먼지에 여론마저 ‘탈원전 정책 반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쪽으로 기울고 있다.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의 참가 누적 인원도 시작한 지 70여 일 만에 40만 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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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원전 가동률을 줄이면 자연히 석탄이나 LNG 발전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소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해 가동률을 낮추겠다는데 이는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며 “원자력 발전을 가스 발전으로 대체한다면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량은 결과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명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역시 “정부가 원전을 없애는 것을 절대 바꿀 수 없는 전제로 둔 채 정책을 펴니까 대책이 없다”며 “결국 최근 내놓는 대책들은 해결책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원자력학회 측은 “지금이라도 에너지전환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미세먼지 대응 방안과의 제대로 된 연계가 이루어질 수 있게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사이 탈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의 수정 요구 목소리는 점차 커지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미세먼지 ‘재앙’이 전국을 덮쳤던 지난 1일과 2일 이틀 동안 전국 만19세 이상 성인남녀 1031명을 대상으로 ‘정부 에너지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에 찬성 의견은 55.1%로 반대 여론(35.2%)을 20%포인트 앞질렀다. 현재 신한울 3·4호기는 공정률 30%인 상황에서 정부의 중단 방침에 건설이 올스톱된 상황이다. 설계용역과 지역지원금 등 여러 비용을 다 합치면 매몰비용은 최대 1조 원에 달한다. 이미 신규 원전 건설 중단으로 원자력 부품 공급 생태계가 붕괴되고 전문 인력들이 해외로 대거 이탈한다는 현장의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원자력학회에 따르면 전일까지 범국민 서명운동에 동참한 인원은 42만5127명에 달했다. 서명운동 본부 관계자는 “지난 1월 서명 명부를 청와대에 전달했지만, 현재까지 이에 관련해 어떠한 답변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무대응 속에 급기야 원자력을 공부하는 대학생들까지 길거리로 나섰다. 서울대, 카이스트 등 전국 12개 대학의 원자력 전공 학생들은 지난달 ‘녹색원자력학생연대’를 결성했다.

이희권·서종민 기자 leehek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