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北비난 자제 압력=인권탄압 지원’ 판단… 뼈아픈 지적

美 인권보고서 한국정부 언급

평창올림픽앞두고 탈북민 접촉
대북정책 비판 연설 불참 요청
사실상 표현의 자유 제한한 것

탈북단체 대북전단지 살포 저지

북한인권재단 설립 더디게 진행
작년엔 예산낭비탓 사무실 없애
北인권대사자리는 1년넘게 공석

미국 정부가 연례 인권보고서에 한국 정부가 대북 정책 비판을 막기 위해 탈북민들에게 압박을 가한 사실을 담은 것은 남북 대화를 이유로 북한 인권 탄압 비판을 억누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협상 전략 차원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거나 비판 수위를 조절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북한 인권 비판 자체를 막는 것은 ‘김정은 정권의 인권 탄압을 문재인 정부가 지원하는 행위’라고 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된 한국 정부 비판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미 국무부는 13일 발표한 ‘2018년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시민의 자유에 대한 존중’ 항목 중 ‘표현의 자유’에 “(한국) 정부 당국이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탈북민들과 접촉하고 북한에 대한 비난을 삼가라고 요청했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또 탈북민들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 포용 정책에 비판적인 것으로 인식될 수 있는 대중 연설에 참여하지 말 것을 요청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탈북민들에게 북한에 대한 비난이나 정부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을 하지 못하도록 요구한 것이 사실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보고서는 ‘인권 유린에 대한 국제적·비정부적 조사와 관련한 정부 태도’ 항목에서는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면서, 탈북자 단체들은 정부로부터 북한에 대한 비난을 줄이라는 직간접적인 압력을 받고 있다고 보고했다”며 “이러한 압력 사례로는 탈북자 동지회에 20년간 지원하던 자금을 2017년 12월 중단한 것과 경찰이 전단지를 풍선에 담아 살포하려던 탈북자 단체들의 행사를 저지한 것, 경찰이 이들 단체를 방문해 재정 및 다른 운영 관련 정보를 요청한 것 등이 있다”고 지적했다. 탈북자 동지회는 1999년 고 황장엽 노동당 비서가 만든 단체로 설립 직후부터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아왔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지원금이 끊겼다.

보고서는 이어 “정부가 2016년 법률로 규정한 북한인권재단 설립을 더디게 진행했다”며 “탈북자 단체들은 정부가 북한에 대한 비판을 꺼리는 것이 지연 요인이라고 언론에 말했다”고 밝혔다. 북한인권재단은 2016년 3월 국회를 통과한 북한인권법에 따라 북한인권 실태 조사와 북한인권 증진 관련 연구 및 정책개발 등을 수행하기 위해 설립(10조)하도록 돼 있다. 국회 이사 추천 지연으로 북한인권재단 출범이 미뤄지자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6월 예산 낭비를 이유로 북한인권재단 사무실 자체를 없앴다. 문재인 정부의 정권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북한인권 개선을 넣고 △북한인권재단 조기 출범 △남북 간 대화 시 인권문제 의제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이러한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에 대해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지난 1월 “문재인 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정책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4월, 5월,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지만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보고서는 또 “북한 인권대사 자리는 1년 넘게 공석 중”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북한인권법 시행령(8조)에 따라 2016년 9월 신설된 외교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는 이정훈 대사가 2017년 9월 임기 만료로 물러났지만 문재인 정부는 후임을 지명하지 않고 있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