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서 최악의 총격테러 발생해 최소 40명 이상 사망

반이민 주장하는 호주 극우 테러리스트 소행으로 알려져

뉴질랜드 남섬의 최대 도시인 크라이스트처치 중심부 이슬람 사원(모스크)에서 무차별 총기 난사로 최소 40명 이상이 숨지는 뉴질랜드 역사상 최악의 총격 테러사건이 발생했다.

15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헤글리공원에 위치한 마스지드 알 누르 모스크 내부에서 발생한 총격 테러로 40명이 숨지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사건 직후 성명을 통해 “크라이스트처치 모스크에서 발생한 총기난사범은 호주 국적의 극우 테러리스트”라고 밝혔다.

특히 용의자는 페이스북을 통해 범행현장으로 가는 장면을 생중계하고 인터넷에 자신의 범행동기를 담은 선언문을 게시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에 공개된 영상은 헬멧에 부착된 카메라를 통해 촬영된 것으로 범인으로 보이는 남성이 차량을 운전해 모스크로 이동하는 과정과 차 트렁크에서 소총을 꺼내 들고 사원으로 진입해 난사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또 영상에는 그가 사원 밖에 세워둔 차량으로 돌아와 무기를 바꾸고 다시 들어가 사람들을 겨냥해 사격하는 모습도 들어 있다. 영상 중간중간 총격 희생자들의 모습도 찍혔다. 총격 용의자로 추정되는 인물은 총기 난사 후 모스크를 빠져나와 “(총을) 겨냥할 시간도 없었다. 목표(타깃)가 너무 많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이번 총격 테러사건 용의자는 이미지 보드 사이트 ‘8chan’에 반이민 선언문을 게시했다. 74쪽 분량의 선언문은 이민을 반대하는 이유와 자신의 범행 취지를 설명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선언문에 따르면 용의자는 자신을 호주에서 태어난 28세 남성이라고 소개했으며 ‘백인 민족주의 영웅’들이 자신의 행동에 동기를 부여했다고 밝혔다.

뉴질랜드 수사당국은 용의자가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 현장에서 달아난 것으로 보고 행방을 뒤쫓고 있다. 현지 경찰은 치안 상황이 위험한 만큼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당분간 외출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으며, 일선 학교에는 휴교령이 내려졌다. 뉴질랜드 남섬 북동 연안에 있는 크라이스트처치는 뉴질랜드 3대 도시 중 하나로 온난한 기후와 빼어난 자연환경 등으로 일명 ‘정원도시’로 불리며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힌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