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기자 신변 우려에도… 논평 철회 않는 민주당

‘기자가 매국’ 글 黨홈피 게재

외신기자클럽 “개인 공격말라”
日언론도 관련사건 크게 보도

학계 “인권 가볍게 여기는 것
외국 조롱 살 수도” 의견 표명

더불어민주당이 블룸버그통신 기자를 비난한 것에 대해 서울외신기자클럽(SFCC)이 철회를 요구하고 외국 언론이 이를 보도하고 있으나 민주당은 18일 오전까지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논란이 된 13일 자 이해식 대변인의 논평도 이날 오전 11시까지 삭제되지 않은 채 여전히 당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다. 국내외 파문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블룸버그통신의 해당 기자는 외부 전화를 받지 않는 상태다. 외신기자클럽 측은 이날 “우리 입장은 성명에 나와 있기 때문에 더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외신기자클럽 이사회는 지난 16일 성명을 통해 이 대변인이 블룸버그통신 기자의 실명을 거론하며 “국가원수를 모독한 매국에 가까운 내용”이라고 밝힌 논평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사회는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에 대한 기사를 작성한 블룸버그통신 기자 개인에 관련한 논평을 발표하고 이로 인해 기자 개인의 신변 안전에 큰 위협이 가해진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1956년 발족한 외신기자클럽에는 약 100개 해외 언론사에 소속된 500여 명의 기자가 가입돼 있다.

지난 13일 민주당 이 대변인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전날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주십시오’라고 발언한 뒤 외신을 인용한 것이라고 해명하자, 블룸버그통신이 지난해 9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 관련 기사를 내며 ‘남한의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 되다’라는 제목을 단 것에 대해 “악명 높은 기사”라며 “국가원수를 모욕한 매국에 가까운 내용”이라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 일본 교도(共同)통신은 “한국의 민주당이 미국 블룸버그통신의 특정 기자명을 제시하며 보도를 강력히 비난한 것을 두고 서울외신기자클럽이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날 일본 최대 포털사이트인 ‘야후재팬’에서는 해당 사건을 다룬 국내 언론 기사가 조회 수 상위에 올랐다.

언론학자들은 “정권 마음에 들지 않는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여당 대변인이 기자 개인을 비난하는 것은 언론 표현의 자유와 함께 인권을 경시하는 행위로, 외국의 조롱을 살 수 있다” 고 지적했다. 조맹기 서강대 명예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 흐름을 보고 기자가 분석해 쓴 기사에 대해 1988년 폐지된 ‘국가원수 모독죄’를 들이대는 건 문제가 있다”며 “외국 기자들이 민주당 성명을 보면 인권을 모르는 정치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구철·최준영·정철순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