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 검찰권, ‘기울어진 형사법정’>‘수사 ~ 기소’ 全과정 독점… 별건수사 무리수 빈번

한국 검찰의 기형적 지위

우리나라 형사소송제도는 영미법과 대륙법 체계가 뒤섞여 만들어졌다. 당시 양측의 장점을 적절하게 조화시켰다고는 하나 검찰의 권한에 관한 한 비정상적인 무소불위의 검찰을 태동시켰다는 평가다. 견제와 균형 장치는 무시된 채 검찰은 영미법 체계의 권한과 동시에 대륙법계의 권한까지 거머쥐었다.

한 고위 법관은 20일 “한국 검찰은 공익의 대변자를 자칭해 수사·기소의 전 과정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막상 형사재판에서는 당사자라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유리하고 검찰에 불리한 증거는 감추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고위직 검사 출신 한 법조인은 “검사는 정의에 대해 고민하지 않기 십상이다”라면서 “지도부가 대상과 방향을 정하면 진실이 뭐가 됐든 달라붙어 결과가 나올 때까지 판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공정성보다 합목적성에 치우치기 쉽다는 비판이다.

법조인들은 하나같이 한국 검찰의 이상한 지위에 대해 비교법적으로 설명한다. 전통적으로 독일·이탈리아 등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증거 수집 등 수사를 수사판사(Investigating Judge)가 맡거나 수사판사의 직접 통제를 받는다. 수사판사는 법원 내부에서 재판판사와 단절된다. 사건을 인지한 검찰의 요청에 따라 객관적인 증거 수집에만 집중한다. 수사판사가 축적한 사건기록에 대해선 검찰이 검토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나라도 있고, 수사판사가 직접 기소를 결정하는 곳도 있다. 프랑스의 경우 예심판사(Pretrial judge)가 수사기관의 수사를 지휘하고 기소권도 갖는다. 증거수집 절차에서 검찰·피의자 양당사자의 이의신청 등 참여가 보장되기 때문에 조서에는 당연히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영미법계 국가에서는 검찰 등 수사기관이 증거 수집과 수사를 전담한다. 이들 국가에서 검찰은 소송의 일방 당사자에 불과하다. 검사가 만든 조서에 증거능력이 부여되지 않고, 검사는 수사기록을 형사공판 시작 전에 피고인에게 넘겨야 한다. 법정의 판사 앞에서 검사와 변호사가 공평·대등하게 진실을 가려 보자는 취지다.

고위직 법관 출신 한 변호사는 “이 같은 양면들이 혼용된 한국 검찰의 지위는 실로 기형적이고 막강하다”고 분석했다. 한국 검찰은 요지부동이다. 최고위직 검사 출신 법조인의 또 다른 주장이다.

“수사한 곳이 기소까지 할 수 있게 하니, 수사를 몰아붙이면서 별건수사 등 무리를 범하게 됩니다. 수사·예심판사 제도를 도입하지 못하더라도 제3의 조직이 기소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