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지열의 地經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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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아이슬란드는 유라시아·아메리카 대륙의 판(板)이 만나는 지점이다. 지각이 불안정하고 화산 활동이 활발하기 때문에 지열(地熱) 자원이 풍부하다. 지열로 난방의 90%, 전력 생산의 30%를 해결한다. 전력도 지열로 100% 해결할 수 있지만, 또 다른 자원인 수력을 최대한 활용한다. 10년 전 방문했던 아이슬란드는 국가의 환경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잘 보여주었다.

아이슬란드는 20세기 초까지 혹독한 겨울을 보내야 했다. 사람과 가축이 함께 살아야 동사를 피할 정도였다. 20세기 중반부터 풍부한 자원인 지열 개발에 나섰다. 난방, 전력뿐만 아니라 에너지가 많이 소요되는 알루미늄 등 금속 가공, 그린하우스 농업, 치어 양식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했다. 도로 밑에 열수관을 깔아 눈이 와도 곧바로 녹도록 했다. 유엔과 손잡고 ‘지열대학’까지 설립했다. 이런 ‘에너지 주도 성장’으로 한때 1인당 소득이 세계 2위까지 치솟기도 했다. 필자가 방문할 당시에는 금융 위기에 빠졌지만, 위기감은 보이지 않았다. 난방과 식량이 지열로 해결되기 때문에 춥고 배고플 걱정은 없었던 것이다.

아이슬란드 국가에너지기구(NEA)는 “지구의 99%는 섭씨 1000도가 넘는다”면서 “이용하지 않으면 낭비하는 것”이라고 전 세계에 지열을 홍보해왔다. 유럽 국가들이 자극을 받았고, 독일이 먼저 행동에 나섰다. 독일 남부 알프스 산맥 자락의 운터하힝시가 2004년 지열 발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하 3000m까지 파고들어 암반층을 폭탄으로 깬 뒤 물을 주입하고, 뜨거워진 물을 끌어올려 발전과 난방에 이용하는 인공저류지열발전(EGS) 방식을 채택했다. 운터하힝의 지열발전소 건립은 이웃한 스위스 도시들도 자극했다. 2006년 바젤시에서 에너지 수요가 많은 도심에 EGS 발전소 건설을 시작했는데, 지진이 발생하면서 공사를 멈췄다.

2017년 포항 강진의 원인이 지열발전소 때문이라고 정부가 20일 발표했다. 포항 지열발전소도 EGS 방식이다. 아이슬란드처럼 땅으로 솟아오르는 지열은 쉽게 이용할 수 있지만, 땅을 파고 들어가 ‘억지로’ 열을 끌어올리는 것을 자연은 용납하지 않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자연 자원보다는 인적 자원이 풍부한 나라. 지열·태양광·풍력보다는 원자력발전이 순리인 또 하나의 이유다. 지열 발전도 국가 환경에 따라 약도 되고 독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