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천안함 폭침 9주기…바뀐 게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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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윤 한국군사과학포럼 대표

천안함 폭침은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근해에서 기동 중이던 해군 초계함이 북한 잠수정 어뢰 공격으로 침몰한 사건이다. 당시 해군 승조원 46명이 목숨을 잃었다. 북한군의 기습도발로 졸지에 꽃다운 나이에 유명을 달리했으니 이보다 더 안타깝고 원통한 일이 없다. 전우를 구하고자 수색 및 구조작전을 하다가 목숨을 잃은 한주호 준위의 모습을 떠올리면 더욱 가슴 아프다.

국빈 방한 중인 벨기에 국왕은 26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을 찾아 6·25전쟁 참전 벨기에군 전사자를 추모했다. 하지만 앞서 22일 거행된 서해수호의 날 행사는 대통령의 조화만 있었을 뿐 문재인 대통령도, 여당 국회의원도 참석하지 않은 채 치러졌다. 산화한 젊은 영웅들의 희생을 모두가 한마음으로 기려야 할 때다. 나아가 유족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고 응원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야 할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3월은 영해 방어의 중요함을 일깨우는 달이다.

이에 천안함 폭침 9주기를 맞아 당시 상황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본질을 왜곡해 아직도 근거 없는 주장들을 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천안함 폭침은 ‘불미스러운 충돌’이나 ‘우연한 충돌’이 결코 아니란 사실이다. 천안함에 대한 어뢰 공격은 북한 지도부가 직접 지시해서 수행된 전형적인 기습도발이다. 그들은 은밀한 기습작전을 통해 서해 수역에서의 긴장을 고조시켜 북방한계선(NLL)을 무력화하고, 서해 수역의 ‘국제분쟁지역화’를 노렸다. 나아가 공격자 식별에 혼란을 불러일으키도록 주도면밀한 수중작전을 통해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시험하는 한편, 남남갈등의 촉발도 기대했을 것이다. 대내적으로는 위기 조성으로 김정은의 군 장악력을 높이고 체제 결속을 노렸을 법하다. 포격 직후 김정은은 기대한 효과를 달성한 것으로 보고 고무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관련 군부대를 방문해 작전 관계자들을 격려하는 그의 행보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9주기를 맞아 3월을 의례적 추념이나 하는 달로 보내선 안 된다. 북한의 수중 도발에 대한 우리 군의 대비태세가 지난 기간 어떻게 추진됐는지, 제대로 구축됐는지를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우선, 적 참수함 발진 조기탐지 및 추적정보 확보 능력, 탐지능력에 대한 평가가 요구된다. 대잠수함전 능력 향상과 피격 군함에 대한 전방위 해양 구난 대응 능력에 대한 관찰도 중요하다. 장비와 수단 등 하드웨어는 물론 예산, 전문 운용인력 양성 프로그램, 작전부대의 임무 수행 능력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으로 살필 일이다. 군의 대응력 강화는 현 남북 관계의 진전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국민은 군의 대비가 획기적으로 발전됐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치권의 군 흔들기도 중단돼야 한다. 요즘처럼 양 극단에서 군을 흔들어댄 적은 없다. 과거 여야 정치권은 사사건건 대립을 하면서도 군을 응원하는 데는 한목소리를 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정부와 여당은 군을 입맛에 맞게 다루려 한다는 오해를 받는다. 남북 관계 진전을 위한 ‘첨병’으로 군을 활용한다는 의심도 사고 있다. 군은 보수적으로 지휘하고 관리돼야 하는 조직이다. 그러니 군은 남북 관계 진전에 한두 발짝 뒤처져 있어야 한다. 선후가 바뀌면 안 된다. 다른 한편, 군을 흔드는 일도 삼가야 한다. 군이 단결하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도록 응원해야 한다.

천안함 희생 장병들을 진정으로 기리는 일은, 다시는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군을 단결시키고 군사적으로 철저히 대비토록 하는 데 있다. 국민의 성원으로 단결된 군의 전투력 강화와 필승의 각오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