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2년>‘탈원전’ 에너지 산업 흔들고 사회 균열 불러

건설중 원전까지 공사 중단
폭염에 전력수급 도마 올라
비판 쏟아져도 ‘마이웨이’

문재인 정부는 ‘탈(脫)원전 정부’로 불러도 지나치지 않다. 수명 연장이 가능한 원자력발전소의 가동을 중단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건설 또는 계획 중인 신규 원전까지 백지화해 산업계에 부정적인 악영향을 미친 것은 물론 소모적인 사회적 논란까지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당선 1개월이 지난 2017년 6월 19일 고리 1호기의 영구 폐쇄와 함께 ‘탈핵’을 선언했다. 당시 기념사에서 문 대통령은 후쿠시마 원전을 거론하며 “원전은 안전하지도, 저렴하지도, 친환경적이지도 않다”고 했다. 이후 월성 1호기의 조기 가동 중단은 물론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까지 건설 중단을 시도했다. 특히 신고리 5·6호기의 경우 천문학적인 매몰 비용 등의 문제와 건설 필요성을 주장하는 측의 반발로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국내 원전이 안전하며 환경이나 전력 수급 측면에서 원전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다수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사회적 논란으로 확산했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린 2017년 여름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또 한 번 도마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정책 자체가 ‘허상’에 불과하다는 게 입증된 사례로 제시한다.

9일 에너지 분야의 한 교수는 “원전 가동을 떨어뜨린 후 빚어지는 전력 수급 불균형 등 갖가지 문제에 대해 정부가 처음으로 인식을 한 시기”라고 말했다. 일부 환경운동가들이 포진한 청와대가 국가 근간인 에너지 정책을 좌우하는 데 따른 비판이 쏟아지자 정부는 ‘탈원전’을 ‘에너지 전환’으로 이름을 바꾸는 ‘윤색’을 시도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탈원전으로 인해 에너지 분야에만 정책 역량을 집중하게 되면서 정작 산업 혁신 및 재편 등 시급한 산업정책은 후순위로 밀리는 부작용을 낳았다. 주 52시간 근로도입 등 친노동정책의 추진으로 산업계 전반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산업정책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따랐다.

정부는 탈원전 정책의 일환으로 ‘재생에너지 3020’ 등 재생에너지 분야 확대를 대안으로 내놓았으나 재생에너지의 기술적 한계와 입지 부적합 등 국내 여건에 맞지 않는 문제 등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오히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목표치를 더 높게 설정했다. 탈원전 정책이 정부 임기 내내 막판까지 추진될 것임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