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2년>최저임금·52시간 근무·통상임금, 기업 좌초시킨 ‘3대 암초’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를 마친 후 이재용(앞줄 왼쪽) 삼성전자 부회장 등 기업인들과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뉴시스

- ④ 재계가 본 경제 정책

내년 최저임금 1만원 되면
기업부담 2017년比 82조↑
중소기업에 집중돼 치명타

52시간근무로 12조 더 필요
탄력근로 확대 등 서둘러야

통상임금 ‘신의성실’ 부정돼
법원 잇단 親노동 성향 판결
대기업정규직 수혜 커 ‘역설’

출범 이후 2년 동안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 방향은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재계에서는 기업 부담을 가장 키운 정책으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근로시간 단축, 잇따른 ‘친노동’ 성향 판결에 따른 통상임금 확대 등 3가지를 꼽았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들의 부담을 가장 크게 늘린 정책은 최저임금 급등으로 평가된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현재 시급 8350원인 최저임금이 내년에 1만 원으로 오를 경우, 기업이 최저임금 대상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인건비 총액은 334조7642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17년 대비 기업의 추가 부담액은 81조5259억 원으로 추산된다.

재계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이 중소기업에 집중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대부분이 300인 미만 기업에 분포해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고율 인상보다 근로의욕을 고취할 수 있는 근로장려세제 등 사회보장제도를 확대하는 게 저소득 근로자를 보호하는 데 더 적합한 제도란 지적이 나온다.

산업계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인한 추가 부담도 막대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 부담액이 연간 총 12조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산업계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하고, 고소득 전문직의 경우 근로시간 규제 적용을 제외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를 도입하는 등 보완책이 동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합의에 따라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로 늘리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조차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고 있다.

또 자유경제원 추산에 의하면 통상임금 확대로 인한 추가 부담액은 2016∼2020년 5년 합계 32조6784억 원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자동차 노조는 8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에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라고 요구하기로 했다. 최근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서 근로자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 이어진 분위기에 편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영상 위기 때는 통상임금 미지급분을 소급해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신의성실 원칙(신의칙)’이 점점 부정되는 분위기다. 지난 3일 대법원은 한진중공업 소속 영도조선소와 다대포제작소 노동자들이 한진중공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1·2심 모두 신의칙을 인정했지만, 대법원 판단은 반대였다. 대법원은 같은 날 버스회사 예산교통 근로자가 낸 통상임금소송 상고심에서도 근로자 손을 들어줬다.

경영계 관계자는 “통상임금 소송에서 회사의 지불 여건과 재정 상황만 핵심 기준으로 반영할 경우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가 최대 수혜자가 되는 역설을 낳는다”며 “노동시장 이중 구조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판결 등은 기업 입장에서는 급격한 원가 상승을 불러오는 요인”이라며 “우리 경제 전반에 20∼30년 동안 후유증을 불러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 정책의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며 “경제 주체들이 움직일 수 있는 폭을 넓혀주지 못한다면 당분간 투자와 고용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성훈·권도경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