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양정철 ‘회동’ 논란>또다시 시험대 오른 ‘국정원의 탈정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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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정보 수집·IO 파견 안해”
文정부들어 ‘성과’ 꼽아왔지만
국정원 개혁 진정성 의심 사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서울 강남구의 한 한정식집에서 4시간가량 만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탈정치화’를 약속한 국정원이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채비를 서두르는 상황에서 국내 정보기관 최고 수장과 여당 싱크탱크를 이끄는 대통령의 최측근이 회동을 한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내 정보 수집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문 대통령의 ‘국정원 정치 중립’ 공약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2017년 19대 대선에서 박근혜 정부 국정원의 불법 민간인 사찰, 정치·선거 개입 등 문제를 지적하며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및 수사 기능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명칭도 ‘해외안보정보원’으로 바꿔 대북한과 국제 안보, 테러 등을 전담하는 명실상부한 국가 정보기관으로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실제 서 원장은 취임 후 각 부처 및 기관에 파견하는 정보관(I/O)을 없애고, 국정원 개혁위원회를 통해 적폐청산 작업을 벌이는 등 내부 개혁에 힘을 쏟았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2월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현행법상 현 국정원이 정치 사찰, 국내 정치 정보를 수집하고, 각 부처의 I/O를 다 파견해도 합법이지만,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도 수시로 권력기관 개혁 작업의 성과로 국정원의 변화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박상기 법무부 장관 등과 오찬을 하며 “국정원의 경우 국내 정보 수집이나 부당한 수사를 하지 않고, 해외 정보 수집에 지금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고, 지난 2월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도 “국정원은 국내 정보 부서를 전면 폐지해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완전히 차단했다”고 말했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해 12월 “문재인 정부는 엄청난 인력과 자금을 지닌 국정원을 깨끗이 놓아버린 정부”라고 자랑까지 했다.

하지만 서 원장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의 총선 전략 등을 총괄하는 양 원장을 만나면서 그동안 추진한 개혁 작업에 대한 성과마저 의문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 원장과 양 원장이 대선 캠프에서 함께 일한 개인적 친분으로 만난 것이란 해명도 두 인물의 무게감을 고려했을 때, 보다 적극적이고 충분한 설명이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그 동력이 상실될 우려까지 제기된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