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中企 ‘보호’보다 ‘강화’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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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욱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기업도 창업-성장의 신진대사
연명보다 스케일 업 정책 필요
노동생산성 향상이 특히 중요

창업 뒤 8년 지나면 정체 경향
지원은 창업과 오랜 기업 중심
강한 중소기업 AI 시대 버팀목

“선진국에서는 ‘창업-성장-퇴출’의 신진대사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양질의 일자리가 축적되는 반면 우리는 ‘중소기업 = 9988 = 보호대상’ 등식 아래 기업의 신진대사가 막혀 있고, 성장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도 어려운 상황이다. 중소기업의 연명보다는 스케일 업(scale up)에 더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일자리 창출 위한 중소기업 성장 촉진 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대한상의는 “그동안 중소기업이 전체의 99%, 고용의 88%를 차지하는 등 경제의 뿌리이므로 잘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이를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 고임금 일자리 창출 등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중소기업의 연명이 아닌 역량 강화에 더 중점을 둘 것을 주문했다.

대한상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은 사업체 수와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인 반면 생산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8%, 20%로 상대적으로 낮다. 그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약 90%는 중소기업에서 일하지만, 이들의 노동생산성은 대기업의 3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통계자료를 접하게 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노동 비중이 매우 높으나, 노동 생산성은 대기업과 비교했을 때 현격한 차이가 있다. 노동 생산성이 낮다는 말은, 곧 노동력의 효율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그동안 기업의 경영 효율성을 측정하는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돼 왔다. 공통된 결과를 보면, 기업의 상대적 경영 효율성 향상을 위해선 노동력·혁신·설비투자의 향상이 필수 요소다. 연구의 결과를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3요소를 향상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처한 현황부터 객관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 10월에 공개한 국가경쟁력 평가 보고서를 보면 국내 중소기업의 생산력 약화 원인을 유추할 수 있다. 대기업의 독과점, 서비스 업계의 치열한 경쟁 등이 생산 시장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낮은 근로자의 권리, 노동자 보호 미비 등이 노동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뿐만 아니라 혁신적 사고, 기업가 정신, 기업 문화, 비판적 사고 교육 등 정부가 최근 강조하고 있는 혁신 성장의 토대가 되는 주요 항목에서 경쟁력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소기업의 노동력 향상을 위해서는 노동 환경 개선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에서도 개인별 근로시간이 최고다. 노동 시간을 단축하고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는 등 일하는 방식을 개선한다면 노동자들의 직무 만족도 향상과 함께 생산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 밖에도 높은 비정규직 비중, 낮은 정규직 전환율은 중소기업의 인적 자본 축적과 생산성 향상을 저해하는 요소다. 그동안 정부는 노동 시간의 단축과 여러 정책을 안착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정부에서는 이 정책에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좀 더 기울여야 할 것이다.

혁신과 설비투자 부문은 많은 자원과 비용이 수반된다. 따라서 정부의 지원 없이는 중소기업들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정부도 많은 정책을 통해 중소기업을 지원해 왔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창업 후 8년 정도 지나면 정체기에 들어서지만, 정부의 지원책은 오히려 이 시기에 줄어든다. 그리고 신생 중소기업과 오래된 기업 위주로 지원이 이뤄지고 있어, 중간에 정체기를 겪는 기업에 대한 지원은 미흡한 편이다. 좀 더 섬세한 정책을 통해 중소기업들이 지속 가능한 혁신과 설비투자의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4차산업 혁명시대에 들어서면서 우리의 산업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기술들이 산업의 구조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전통적으로 제조업 기반으로 조직의 구조를 다듬어 온 중소기업이 대다수인 우리나라에서 이런 변화는 중소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생산성 향상과 더불어 혁신을 거듭한 중소기업들이 대기업 중심으로 산업을 구성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 튼튼한 버팀목이 돼 나라를 이끌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