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시대’ 이렇게 극복하자>걷기 좋은 마을 조성… 건강·교류 넘어 도시 지속가능성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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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③ 日 고령친화적 도시재생 사례

2014년 주거지재생정책 추진
체조·여가교실 걸어서 15분
노인들 외출 자주하게 만들어

도심 유휴시설 교류장소 활용
다양한 이벤트로 방문객 북적
지방 부흥위한 ‘평생활약마을’
일자리 창출·평생학습 기반돼

고령화 시대에 적합한 도시 모형은? 급속한 고령화 시대를 맞아 앞으로 주민의 대다수를 차지하게 될 고령 인구는 물론 점차 고령화가 될 청장년층이 자신의 주거지에서 오랫동안 안심하며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도록 ‘고령친화형 도시재생뉴딜’의 추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고령화 시대의 도시는 주거·의료시설·대중교통·여가 등에서 고령 인구의 수요 변화를 반영해야 하지만, 그간 국내의 고령 주거정책은 주로 취약계층 노인을 위한 주택 및 시설 공급과 관리·재정 지원에 치우쳐 왔기 때문이다. 현재의 도시재생뉴딜 주거재생사업 역시 대부분 주택을 공급하거나 정비하는 데 급급하다는 분석이다.

김현주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0일 아산사회복지재단의 학술연구사업으로 수행한 ‘고령친화적 도시재생 뉴딜’ 연구를 통해 “도시재생뉴딜 주거재생사업의 궁극적 목적은 주민이 살던 곳에서 삶의 질에 대한 만족과 보람을 느끼며 계속 거주할 수 있게 함으로써 결국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고령자의 삶의 질에 대한 구체적 전망을 포함한 도시재생뉴딜사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보다 앞서 고령 친화 주거지를 구상하고 이미 시행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에 주목했다.

◇건강·의료·복지 마을 구상=일본은 인구감소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이 어려워지는 현실에서 초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2014년 ‘건강·의료·복지 마을 만들기’를 제시했다. 노인이 활동적으로 살 수 있고 동시에 도움이 필요한 노인에 대해서는 생활 전반을 지원하는 주거지재생 마스터 플랜이다. 이 가이드라인은 지역의 보행자 행동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우선시했다. 기존 자동차 중심의 도시를 대중교통과 도보 중심의 걷기 좋은 도시로 재생하고 생활권을 정비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거리를 걷는 것은 생활습관병 예방과 건강증진, 질병 발병 후 기능 회복의 효과뿐 아니라 특히 고령자의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다. 또 시민이 거리를 걸음으로써 생겨나는 다양한 교류 기회는 커뮤니티 활동을 촉진하고 지역 활력의 향상으로 이어져 거리를 걷는 시민들이 더욱 증가하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

또 가이드라인은 각 지자체가 시책을 실시하기 이전에 해당 지역이 다른 도시와 비교해 무엇이 우수한지, 또 무엇이 충분하지 않은지 등을 분석해 진단한 후 시책의 입안을 추진하도록 했다. 시책 실시 과정에서도 지역이 자체 진단을 통해 건강·의료·복지 중 우선순위를 정하도록 했다. 오카야마(岡山)현 소자(總社)시는 노인을 대상으로 주민들이 ‘생생백세체조’ 교실을 운영한다. 약 122개소가 운영되는데 95%가 노인들이 걸어서 15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위치했다. 아이치(愛知)현 다케토요정(武豊町)은 도시, 지역포괄지원센터, 대학 등이 연계해 노인의 지역교류와 건강증진의 장으로서 ‘휴식의 살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휴식의 살롱’은 이웃·아동·자연과의 만남 등의 테마를 가지고 추진되며, 고령자가 외출 기회를 가질 수 있고 취미를 즐기거나 지역 사람들과 교류함으로써 노쇠·치매·우울증 등의 예방을 도모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신체활동 활발하게=일본의 대표적 고령화 도시는 스마트웰니스시티(smart wellness city)다. 일상생활을 통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신체활동을 촉진하고 건강 수준을 개선할 수 있는 마을환경의 조성을 목표로 시작됐다. 2019년 현재 37개 도도부현과 78개 시정촌이 중심이 돼 전국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니가타(新潟)현 미쓰케(見附)시다. 미쓰케시는 사회참여(외출)가 가능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 시내의 유휴시설을 고령자들이 목적의식을 갖고 찾을 수 있는 교류 장소 및 시설로 조성했다. 중심 시가지에서 철수한 슈퍼마켓에 시민교류센터 ‘네부루 미쓰케(ネ―ブル 見附)’를 만들어 마을정보 및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각종 특산품 등을 판매했다. 네부루 미쓰케는 다양한 이벤트를 여는 등 시민의 휴식과 활동의 장으로서 연간 50만 명의 방문객이 이용하고 있다. 또 노후 복지시설을 커뮤니티 목욕탕으로 활용한 ‘미쓰케 커뮤니티 목욕탕’ 역시 노인의 교류장소로 스마트 웰니스 시티 사업의 중추 역할을 담당한다. 은퇴 고령자들이 일상의 중심을 자연스럽게 주거지로 옮기도록 사회참여와 세대 간 교류 기회를 매달 기획·제공하는 ‘해피 리타이어먼트 프로젝트(happy retirement project)’도 운영된다. 이러한 시설들에 노인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교류거점과 공공시설·상업시설·병원시설 등을 연계하는 커뮤니티 버스도 운영한다. 이 결과 미쓰케시는 현재 지역에서 돌봄이 필요한 노인의 비율이 전국 평균 및 니가타현 전체보다 낮고, 후기 고령자 1인당 의료비 역시 전국 평균보다 20만 엔(약 218만 원) 정도 적게 나타나는 성과를 얻었다.

◇평생활약마을로 도시재생 연결=일본은 또 아베노믹스 2.0의 핵심정책인 ‘평생활약마을’도 구상 중이다. 고령층 인구가 주체적으로 지역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는 평생활약마을은 과소화가 심화한 지방 소도시의 소멸을 저지하고 활기찬 은퇴마을을 만들려는 ‘지방창생’의 유력수단이다. 대도시 지역의 중장년층이 원하는 대로 인근 교외나 지방으로 거주지를 옮겨 다세대 지역주민과 교류하면서 건강하고 활동적인 생활을 하고 필요 시 의료·돌봄을 받을 수 있는 지역을 만드는 게 목표다. 즉 단순히 주거지에 노인을 위한 복지시설을 정비하는 차원의 발상이 아닌 중·고령층 인구가 주체적으로 지역사회에 융화하면서 건강하고 활동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첫 번째 기본 원칙은 중·고령층 인구가 건강한 단계부터 이주해 건강수명을 연장할 수 있게 마을을 구상하는 것이다. 기존 시설에서는 노인들이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돌봄의 존재였다면, 평생활약마을에서는 노인들이 지역의 일자리와 평생학습 등의 사회적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주체적 존재다.

이러한 평생활약마을은 인구감소로 쇠퇴하는 지역에 수립할 경우 인구의 유입은 물론 빈집, 빈 공공시설 등 지역의 유휴자원을 고령자용 임대주택이나 복지거점·병원·간병시설 등의 지역포괄케어시스템 연계공간으로 활용해 도시의 쇠퇴를 막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