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시대’ 이렇게 극복하자>주택공급·재정지원 치중… 교통·문화 등 ‘살기편한 환경’엔 소홀

국내 고령친화도시 현주소

한국도 노인복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81년 제정된 노인복지법에 따라 노인주거정책을 시행해왔지만, 상당 부분 요양병원이나 양로원 등의 복지시설이나 노인임대주택 등 노인을 재배치하는 데 그쳤다. 특히 이러한 복지시설이나 노인주택은 공동생활을 해야 하는 만큼, 개인의 자립생활이나 사회적 지지를 보장받기 어려운 한계가 존재했다. 20일 ‘고령친화적 도시재생 뉴딜(김현주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선임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최근 고령화 정책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고령 친화적 지역사회 모델 개발이 시도되지만, 여전히 과거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구 고령화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세계보건기구(WHO)의 고령친화도시가 대표적이다. 2013년 서울시에 이어 정읍시, 수원시, 부산시, 제주도, 광주 동구, 서울 강북구, 논산시, 부천시, 서울 양천구 등이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에 가입했다. 특히 서울시의 고령친화도시 제1기(2013∼2015) 실행계획 평가를 보면 ‘건강한 노후’를 위한 실행계획은 독거노인이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직접적이고 금전적인 서비스 제공에 치중돼 노인을 자립적인 활동의 주체가 아닌 수동적인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봤다. 또 고령친화적 환경조성을 위한 ‘살기편한 환경’의 실행계획도 고령친화도시 가이드에서 제시한 교통, 주거, 외부환경 및 시설 등의 3개 영역 포괄이 아니라 고령자 주택공급과 노인복지시설에 관한 내용에만 그쳤다.

김 선임연구원은 “고령친화 주거지의 조성은 현재의 청장년들이 고령화가 될 시기에 대비해 일상생활을 통해 신체활동 증진과 생활습관병 예방을 실현할 수 있는 근린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는 장래에 발생하게 될 노인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는 보건복지서비스와 주거정책이 함께 전개되는 통합적 고령화 대응 정책의 기반으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단지 연령통합형 주택의 공급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주거, 교통, 여가, 문화 시설과 서비스를 아동, 청소년, 장년 등 모든 주민에게 제공함으로써 살던 곳을 이탈하지 않을 수 있는 연령 통합적 관점의 마을 만들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노인은 물론 청장년 등 전 세대가 다양한 생활보장의 영역에서 삶의 질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