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몰카와 도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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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논설위원

몰래카메라의 기원은 지금으로부터 7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7년 미국의 ABC가 방영한 프로그램 ‘솔직한 카메라’가 원조다. 동양에는 그보다 20여 년 뒤인 1970∼1990년대 일본에서 방영된 ‘뭐든 하겠습니다 쇼’의 ‘충격적인 카메라’가 첫손 꼽힌다. 국내에는 1991년 4월부터 방송된 MBC TV의 오락 프로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몰래카메라’ 코너에 처음 등장했다. 1992년 11월 8일 종영할 때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진행자와 제작진에 속은 주인공들이야 어이없고 허탈했겠지만, 시청자들에겐 신선한 웃음을 선사했다. 시즌2 ‘돌아온 몰래카메라’ 또한 2005년 10월 30일부터 2년여 동안 100부작을 방영했을 정도로 시청자를 불러 모았다. 시공을 넘나든 몰래카메라는 이렇듯 시청자들에게 건강한 웃음을 주었다.

‘몰래’라는 부사를 만나기 전 카메라의 본성은 어둠이다. 빛과 차단된 내부 공간이 그러하고 필름을 현상하던 암실이 그렇다. 하지만 카메라는 밝음을 지향한다. 사물의 형상을 렌즈로 끌어들여 영상으로 재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현실 기록에 충실한 카메라를 두고, 당시를 기억하는 증인이라거나 기억을 가진 거울이라고도 한다. 카메라(camera)라는 말은 반원형 천장 또는 그런 천장이 있는 방, 사무실이라는 뜻의 라틴어다. 그 ‘방’이 어둠상자(暗箱·암상)를 거쳐 사진기, 곧 카메라가 된 것.

카메라는 종종 관음증을 충동하는 마물(魔物)이 되곤 한다. 남의 사생활을 훔쳐보거나 특정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해 퍼뜨리면서 공포와 분노를 펌프질하는 것이다. 휴대전화에 카메라가 내장된 이후엔 더 심해졌다. 물론 그 주체는 사람이다. 최근 몰카남(男)들이 현장에서 덜미를 잡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남녀 공용 화장실에 카메라를 설치했다가 퇴학당한 경찰대생에서, TV 방송사의 뉴스 진행자 출신까지…. 자기통제가 안 되는 이들에겐 위법에 따른 처벌 외에 심리치료도 필요할 것이다.

사실 그대로, 또 주인이 시키는 대로 영상을 담아내기만 한 카메라는 무죄다. 범죄자들은 ‘몰래카메라’니 ‘몰카’라고 할지 모르나, 피해자 입장에서는 천만부당한 표현이다. 피해자에게 몰카 공포증까지 앓게 하는 도둑 촬영인 만큼 ‘도촬’이라고 해야 한다. 그래야 사건 이름에서 범죄의 성격이 분명하게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