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TV세상>드라마가 이끈 현실 공감 ‘소설 쓰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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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법남녀 2

‘검법남녀’는 MBC의 첫 시즌제 드라마로 현재 시즌2가 방영 중이다. 시즌1은 깜짝 히트작이었다. 스타 캐스팅 없이도 극 자체의 완성도만으로 시청자의 지지를 얻어냈고 그래서 시즌2 제작이 가능했다. 하지만 전편의 성공에 기대 만든 2편이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검법남녀2’의 성공 여부는 미지수였다. 그런데 지금 9%대의 시청률로 월화극 1위에 오르며 최근 침체됐던 MBC 드라마의 구세주가 되고 있다.

시즌1은 큰 기대작이 아니었기 때문에 제작 여건이 좋지 못했다. 반면에 시즌2에는 보다 많은 제작 기간이 투여됐다. 그래서인지 ‘검법남녀2’는 1편보다 더 탄탄한 스토리로 2편 기획의 정석을 보여준다. 이러니 이례적인 성공작이 된 것이다. 한국형 시즌제 드라마의 전범이라 할 만하다.

국과수 괴짜 법의학자 백범(정재영 분)과 신참 검사 은솔(정유미 분), 베테랑 검사 도지한(오만석 분)이 활약하는 수사물이다. 특히 백범의 과학 수사 기법과 세밀한 부검 장면 등이 기존 한국 수사물과 다른, 미드에 비견할 만한 완성도를 이뤄냈다.

시즌2에서 이들의 캐릭터가 더욱 안정화된 점이 특이하다. 시즌1에선 백범이 언제나 화가 난 상태로 아무에게나 소리를 질러서 연기력 논란과 함께 시청자의 거부감을 초래했다. 그런데 시즌2에선 이미 백범이 그런 캐릭터라는 것에 ‘익스큐즈’가 이뤄져서 거부감이 사라졌다. 신참 검사 은솔은 여성인데 의욕 과잉에 실수투성이여서 역시 연기력 논란과 더불어 민폐 여주 논란이 터졌었다. 여성 캐릭터를 그리는 방식이 구태의연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시즌2에선 은솔 검사의 이런 점이 개선됐고, 다른 여성들도 민폐 캐릭터로 그려지지 않는다. 시즌1의 매력적인 캐릭터가 시즌2에서 식상함으로 바뀌기 쉬운데, 이 작품은 시즌제의 이점을 활용해 다소 불안했던 캐릭터를 시즌2에서 안착시켰다.

속도감과 반전 등 흥미 요소도 더 향상됐다. 이야기가 늘어지지 않고 2회 정도에 한 사건을 마무리하는데, 그 과정이 긴박하고 치밀해서 긴장감이 지속된다. 최근 이슈들을 떠올리게 하는 마약 사건, 조현병 사건, 범죄자 신상공개 논란 등을 녹여내 공감도를 높였다. 시즌2를 준비한 작가의 고민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검법남녀2’는 생각할 만한 의제도 제기한다. 예를 들어 조현병 환자 사건에서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과 섣부른 신상공개로 고통을 겪는 범죄자의 가족을 그려 시청자를 한 번 더 생각하게 했다. 사람들이 조급하게 속단할 때 백범이 언제나 하는 대사인 ‘소설 쓰지 마’도 중요한 시사점을 전해준다. 우리 사회엔 편견을 담은 가짜뉴스와 섣부른 여론재판이 횡행한다. 누군가가 공분의 대상으로 찍히면 차분하게 증거를 따지기보다 무조건 죄를 단정해 단죄부터 한다. 사실관계 확인을 기다리자는 입장은 비난받기 일쑤다. 백범은 아무리 의혹이 짙어도 모든 게 명확하지 않다면 절대로 단정 짓지 않고 끝까지 진실을 탐구한다. 그런 조사 끝에 마침내 진실을 밝혀내는 후련함이 작품의 중요한 동력이다. 동시에 우리에게 ‘소설 쓰지 않는 자세’, 즉 신중하고 합리적인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한다. 시즌2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시즌3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