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이해충돌방지 실질화 立法의 시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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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과거 대한민국의 공직자들은 조국의 근대화와 경제발전에 큰 역할을 했지만, 오늘날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여전히 높은 공무원시험 경쟁률에서 확인되듯이, 직업으로서의 공직에 대한 선호도는 높지만 공직자들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불만은 날로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심각한 공직 비리가 문제될 때마다 일벌백계가 주장되고, 재발 방지 대책들이 마련됐다. 그러나 시간이 잠시 흐르면 또 다른 공직 비리가 발생하고, 유사한 대응이 반복된다. 그런 가운데 최근에는 사법 불신까지 심해지면서 공직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과거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공직이란 말 그대로 공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수행돼야 하는 업무다. 즉, 국가 전체, 국민 전체를 위한 업무로서 공공성이 우선돼야 하며, 개인적 이해관계에 따라 수행돼선 안 된다. 그러므로 공직자에 대한 공선사후(公先私後)는 기본이다.

그러나 공직자도 개인으로서의 이해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으므로 이해충돌의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해충돌의 방지’란 공직자의 업무 수행에서 이러한 공익과 사익의 충돌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공직 수행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2005년 공직자윤리법 개정을 통해 이해충돌방지가 입법됐다. 그러나 이해충돌방지에 노력해야 한다는 원칙 규정만으로는 실효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2005년 당시 주식 백지신탁에 관한 제도를 함께 도입했지만, 그 밖의 사항들에 대해서는 이해충돌방지가 구체화되지 못했다. 2016년 부정청탁금지법(이른바 ‘김영란법’) 제정 당시에도 이해충돌방지에 관한 상세한 규정의 도입이 논의됐었지만, 결국 공직사회의 반발로 무산됐다.

그러면 이해충돌방지를 법으로 강제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대한민국의 공직자들은 청백리 정신에 투철한가? 조선 시대에도 청백리는 많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현대사회에서 청백리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자기 자신과 가족, 친지를 타인들보다 우선시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공직자들에게 이러한 본성을 극복하고 성인군자가 되라고 하기보다는 공직 수행에서 이런 유혹을 받는 일 자체를 최소화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그러므로 현실에 맞지 않는 청백리를 기대하기보다 이해충돌방지를 통해 실현 가능한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공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해 가장 적합한 수단이다. 또한, 이해충돌방지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공직자가 느끼는 유혹을 차단하는 기능을 올바르게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해충돌방지를 위한 3가지 개선점에 주목하는 이유다.

첫째,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에 따라 고위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가 확실하게 제도화돼야 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 둘째, 주식 백지신탁처럼 개별 사항에 따른 구체화가 필요하다. 예컨대, 부동산에 관한 이해충돌방지도 필요할 것이지만, 이를 주식처럼 ‘백지신탁’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셋째, 무조건 강력하게 규제하는 것보다는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 규제가 돼야 하며, 이를 통해 제도가 유명무실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민이 국가의 심장이라면, 공직은 국가의 핏줄이다. 공직이 부패해 썩은 피가 돌게 되면 아무리 심장이 건강해도 국가는 병들고, 죽어가게 된다. 이해충돌방지는 공직이라는 국가의 핏줄이 건강해지기 위해 오염물질이 핏줄 속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안전 장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