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서 ‘경계인의 삶’ 김시종의 詩 세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시집·비평서 나란히 출간

재일 조선인 문학을 대표하는 시인 김시종의 시집과 비평서가 동시에 출간됐다.

철학자 이진경과 가게모토 쓰요시가 함께 번역한 시집 ‘잃어버린 계절’(창비)과 이진경이 김 시인의 문학을 존재론적 관점에서 비평한 ‘김시종, 어긋남의 존재론’(도서출판 b)이다.

부산에서 태어나 제주로 건너간 김 시인은 제주 4·3사건 이듬해인 1949년 일본으로 밀항, 오사카 재일 조선인 거주지 이카이노에 정착해 줄곧 일본어로 시를 써왔다. 시인은 조국을 빼앗긴 식민지 백성에서 황국(皇國) 시민으로 변해가며 일본어로 시를 써야 했지만 ‘일본식 서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끝없는 실험을 시도했다. 이 같은 시인의 정신은 시집 속에 묻어난다. 낯선 발음을 붙이거나, 쓰지 않던 한자어를 만들어 내고, 한자 아닌 단어들도 익숙한 어법을 피하는 등을 시도한다. 이 때문에 김 시인은 일본 문단에서 오랫동안 비주류로 취급받았다.

철학자 이진경의 ‘김시종, 어긋남의 존재론’은 김 시인의 생애와 함께 그의 문학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를 분석한다.

저자는 시인이 일본에서 재일조선인으로 살아가는 의미를 형상화한 장시 ‘니이가타’, 오사카 재일조선인 집단거주지의 삶을 풍자적으로 그린 ‘이카이노 시집’,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3년이 지난 시점에서 ‘광주사태’를 들춰본 ‘광주시편’ 등 대표 시집을 자신의 시선으로 읽어내려간다.

김 시인은 일본에선 공산주의를 지향하다 조총련과 갈등을 빚어 결별하는 등 굴곡진 삶을 살았다. 이 책도 남한도 북한도 아닌 일본에 살고 있지만 그렇다고 일본인도 아닌 존재인 시인의 삶과 시를 분석했다. 저자는 김 시인을 “살아서 전설이 된 인물”이라고 평가하며 사상가로 바라본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