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구 기자의 컬처 톡>K-팝 부문 신설한 MTV 시상식의 셈법

‘월드 아이돌’ 방탄소년단(BTS)이 기록의 행진을 멈추고 잠시 휴식에 들어갔지만 이들을 향한 러브콜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의 음악상인 MTV 비디오뮤직어워즈(VMA)가 오는 26일 시상식을 앞두고 후보를 발표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BTS를 4개 부문 후보에 올렸는데요. 할시가 피처링한 BTS의 노래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를 베스트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 베스트 안무(Choreography), 베스트 아트 디렉션(Are Direction) 부문에 포함했고, BTS를 베스트 K-팝 부문 후보로 선정했습니다.

아메리칸뮤직어워즈(AMA), 빌보드뮤직어워즈(BMA) 수상과 그래미어워즈 참석으로 미국의 3대 음악상을 휩쓴 이후 MTV VMA까지 ‘접수’했으니 분명 환영할 일인데요.

하지만 정작 팬들의 반응은 미온적입니다. AMA와 BMA에서 그렇게 화제가 되는 동안 K-팝 또는 BTS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던 MTV VMA가 뒤늦게 BTS를 후보로 선정하고 그것도 모자라 올해 처음 베스트 K-팝 부문을 신설했기 때문입니다. 20일부터는 팬 투표도 시작했습니다. 누가 봐도 BTS의 팬덤을 노리는 ‘꼼수’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거죠.

케이블 채널 MTV가 진행하는 VMA는 1984년에 출범해 35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60년 된 그래미나 45년 된 AMA에는 못 미치지만 1990년에 시작된 BMA보다는 역사가 길고 제법 인지도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채널이 많아지고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까지 정점을 찍은 후 시청률이 내리막을 걷고 있습니다. MTV 시청자는 한때 1000만 명을 훌쩍 넘었지만 지난해엔 약 200만 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MTV VMA는 그동안 K-팝에 대체로 무관심했습니다. 지난해 BTS가 그렇게 난리가 났을 때도 어느 부문의 후보로도 지명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신설 K-팝 부문에 한국의 그룹을 무려 6팀이나 올려놨습니다. BTS를 비롯해 블랙핑크, 엑소, 몬스타 X, NCT 127, TXT입니다. 블랙핑크나 엑소 등은 그렇다 치고 올해 초 데뷔한 신인인 TXT까지 넣은 걸 보면 과연 선택 기준이 뭐였는지 궁금해지네요.

어쨌거나 이번 시상식은 뉴저지 푸르덴셜센터에서 화려하게 개최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휴가에 들어간 BTS는 참석하기가 어렵습니다. 수상자는 TV 중계방송으로 확인해 볼밖에요. 다만 바라는 것은 야심 차게 신설된 베스트 K-팝 부문이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이 시상식의 카테고리에 남아 있는 걸 보면 좋겠네요.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