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파기 파장>美 ‘동북아 안보동맹 해체’ 우려… 韓에 돌직구성 불만 표출

- “실망”… 이례적 고강도 비판

북핵협상지연·북중러 밀착 등
동북아지역 안보불안 고조속
韓日갈등 안보문제 확대 불만
한미동맹에도 후폭풍 불가피

“3자 방위·안보협력 계속추구”
美, 한일갈등 중재 내비치기도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일제히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한·일 문제를 안보로까지 확산시킨 문재인 정부의 결정에 대한 불만 표시로 해석된다. 북핵 협상 지연과 북·중·러 밀착 등으로 동북아 지역 불안정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미·일 3각 동맹을 축으로 한 동북아 외교·안보의 전략적 틀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강한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미국이 이해했다는 청와대 설명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며 불쾌감을 표시하고 나서 한·미 동맹에도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라는 자해성 압박 카드로 인해 동북아 안보에 균열이 우려되는 상황에 몰리게 되면서 미국이 한국의 의도대로 적극 개입으로 돌아설지 주목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22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외교장관과 회담한 후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한국이 정보공유 합의에 대해 내린 결정을 보게 돼 실망했다(disappointed)”고 말했다. 미국 외교 수장이 동맹국의 외교적 결정에 대해 ‘실망’이라는 단어를 썼다는 점은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의 결정에 불만이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미 국방부는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한 논평을 이례적으로 몇 시간 만에 다시 내면서 비판 수위를 높였다.

미 국방부는 이날 오전 데이비드 이스트번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한·일이 이견 해소를 신속하게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다소 원론적인 논평을 내놓았다가 오후 1시쯤 추가 논평을 통해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 결정에 대해 미국 정부가 느끼는 불쾌감을 명확하게 보여주기 위해 수위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 정부는 청와대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미국이 이해했다고 설명한 사실을 강력 부인했다. 미 정부 소식통은 연합뉴스에 “한국은 우리와 협의했다고 반복해서 주장했지만 한 번도 우리의 이해를 얻은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와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해 공감대가 형성된 적이 없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 국무부도 이날 문화일보에 보낸 논평에서 미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한국 정부에 수차례에 걸쳐 밝혀왔음을 명확히 했다. 국무부는 “미국은 문재인 정부에 이 (종료) 결정이 미국과 우리 동맹의 안보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고 동북아시아에서 우리가 직면한 심각한 안보적 도전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심각한 오해를 나타낸다고 거듭 분명히 해왔다”고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미국 정부가 이처럼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강한 불만을 표시한 점은 더 이상의 한·일 관계 악화를 막아야 한다는 부담감으로도 해석된다. 폼페이오 장관이 “두 나라 각각이 관여와 대화를 계속하기를 촉구한다”면서 “두 나라 각각이 관계를 정확히 옳은 곳으로 되돌리기 시작하길 바란다”고 촉구한 배경이다. 미 국방부와 국무부도 논평에서 “우리는 일본, 한국과 함께 양자 및 3자 방위와 안보협력을 계속 추구할 것”이라며 중재 의지를 내비쳤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