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져도 된다’는 BTS 철학, 팬 공감 이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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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인사이트 포럼

신형철 “패자에게 위로의 갑옷”
진영선 “소통방식 백남준 같아”

대중문화 스타인 방탄소년단(BTS)을 철학과 예술의 관점에서 새롭게 분석한 시도가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문학평론가인 신형철(사진) 조선대 교수는 미국의 유명한 백인 래퍼 에미넴과 BTS를 비교·분석했고, 진영선 고려대 명예교수는 세계적 아티스트인 백남준과 BTS의 유사점을 밝혀냈다.

신형철 평론가는 2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슈피겐홀에서 열린 ‘BTS 인사이트 포럼’에 강연자로 참석해 ‘BTS 만트라(Mantra·주문)의 시대적 맥락과 의미’를 주제로 BTS의 앨범이자 콘서트 슬로건인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의 의미를 분석했다.

신 평론가는 “2017년 11월 BTS가 ‘DNA’와 ‘마이크드롭’으로 전 세계 시상식을 휩쓰는 모습을 보고 궁금해서 뮤직비디오를 찾아보다가 그들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면서 “예술은 한 문화의 양식을 현시하고 명료화하며 재설정한다는 하이데거의 예술 존재론에 따르면 BTS야말로 새로운 힙합으로 문화를 재설정하고, 구조적 변화를 이끌어낸 주인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2002년 히트곡 ‘루즈 유어셀프(Lose Yourself)’로 세상을 뒤흔든 래퍼 에미넴과 BTS를 비교하며 “에미넴은 무한경쟁의 신자유주의 속에서 패자의 감정에 동일시하고 저항을 노래했으나 결국 성공을 강조한 반면, BTS는 여기서 더 나아가 ‘져도 된다’, ‘자신을 사랑하라’며 패자에게 위로의 갑옷을 입혀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BTS 만트라의 구체적 사례로 ‘앤써: 러브 마이셀프(Answer: Love Myself)’와 ‘아이돌(Idol)’의 노랫말을 인용했고, “이 자체로 시(詩)이며 BTS가 성장해온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세 손녀를 통해 BTS를 알고 나서 ‘아미(Army)’가 됐다는 진영선 명예교수는 ‘예술로 이어가는 인간 소통의 역사-백남준 그리고 BTS’를 주제로 백남준과 BTS의 연관성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진 명예교수는 “백남준은 예술과 대중의 만남을 중시했고 BTS는 음악을 통한 대중과의 호흡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닮았다”며 “세계관에 있어서도 백남준은 TV·비디오·인터넷의 영향력을 꿰뚫어 ‘초고속 정보고속도로’라는 용어를 사용했고 BTS의 방시혁 대표는 초연결시대 디지털 네이티브인 팬들과 유연하게 만나기 위해서 시각적 음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비슷한 점이 엿보인다”고 역설했다.

또한 백남준의 달 작품과 BTS ‘낫 투데이(Not Today)’의 뮤직비디오 속 달 모양 무대, 백남준의 7가지 TV 화면 컬러 바와 BTS의 일곱 색깔 마이크, 백남준의 ‘인공위성’ 프로젝트와 BTS 뮤직비디오의 연관성 등을 밝혀내 눈길을 끌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