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바람을 이용한 풍력발전은 현재 인류가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를 가장 크게 볼 수 있는 대체 에너지원이다. 한 수영선수가 영국 노퍽 연안의 해상 풍력 발전단지를 수영으로 지나고 있다. 드론다운 홈페이지 사진
- 플랜 드로다운 / 폴 호컨 지음, 이현수 옮김 / 글항아리 사이언스
각국 지구온난화 전문가 모여
실천가능한 100개 해법 제시
음식물 쓰레기만 최소화해도
2050년까지 CO2 70기가t ↓
‘냉매’ 관리 잘하면 99기가t ↓
올 여름 프랑스는 역대 최고기온인 45.9도를 기록하며 1500명의 사망자를 냈다. 프랑스는 2기의 원전을 일시 가동 중지했는데, 냉각수 온도가 높아져 제 역할을 못 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기상재해 가운데 가장 피해가 큰 재해는 태풍도, 집중호우도, 한파도 아닌 폭염이다. 지구 전체적으로 112년 만의 폭염이 닥친 건 지난해인 2018년이었다. 지난해 유럽, 미국, 일본 등에서 폭염에 의한 사망자가 속출했고 한국에서도 48명이 온열질환으로 생명을 잃었다. 한국의 경우 전국 주요 병원 응급실의 신고를 질병관리본부가 집계한 것으로, 실제 사망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인 IPCC의 ‘지구온난화 1.5도 보고서’는 2050년이면 지구 인구의 절반 이상(55%)이 생존 가능한 한계치를 넘어서는 치명적인 온난화 영향에 1년 중 20일 이상 노출된다는 통계를 제시했다.
근래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중국의 끝없는 ‘굴기’와 트럼프의 파리기후협약 탈퇴는 사람들에게 공포와 무력감을 주었고 관련 학자나 운동가들마저도 체념하게 했다. 이 책의 서문을 쓴 기후학자 조너선 폴리의 말처럼, 기후변화에 관한 이야기는 주로 파멸적이고 비관적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를 부정하고 분노하거나 체념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기후학자들은 자신들의 의도와 달리 그 과정에 일조했다.
이 책은 지금까지의 패배주의적 태도를 벗어나 지구온난화에 대해 사람들이 실천할 수 있는 계획과 역량을 희망적으로 제시한다. 막연한 공포와 무력감을 조장하거나 당위와 정의감에 호소하기보다 실현 가능한 대책을 내놓고 행동으로 옮길 때라는 주장을 담았다. 사실상 이런 시도는 처음이라니, 그 자체도 놀랍다.
드로다운(drawdown)은 기후 용어로 온실가스가 최고조에 달한 뒤 매년 감소하기 시작하는 시점을 말한다. 이 책을 쓰고 엮은 세계적 환경운동가이자 기업가인 폴 호컨은 드로다운을 앞당기기 위한 100가지 솔루션을 만들고자 세계 각국의 과학자와 공공 정책 전문가들에게 호소문을 보냈고, 전 세계의 권위 있는 기관에서 폭넓은 학문적·전문적 경험을 쌓아온 이들의 답장을 받았다.
그렇게 모인 70명의 연구진이 ‘프로젝트 드로다운’을 구성해 당장 실천 가능하고 포괄적인 기후변화 솔루션 100가지를 집대성했다. 모든 솔루션은 각 분야 전문가 120명의 자문위원회가 세 단계에 걸쳐 검토하고 평가했다.
책은 에너지, 식량, 여성, 건축과 도시계획, 토지이용, 교통체계, 재료, 미래 에너지 등의 분야별로 나누어 해당 솔루션에 대한 개괄적 소개에서부터 2020년부터 2050년까지 없애는 온실가스의 총 감소량(이산화탄소 양으로 산출한 기가t), 잠재적 비용까지 산출한다. 여기서 1기가t은 40만 개에 달하는 올림픽 규격의 수영장에 채운 물의 양이다. 2016년에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양은 36기가t이었다.
너무 겁먹을 것은 없다. 예컨대 식량 카테고리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함으로써 우리는 2050년까지 70.53기가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피할 수 있다. 100개의 솔루션 중 온실가스 총 감소량 순위에서 3위이다. 채식 위주의 식단은 66.11기가t을 격리시키는데, 이는 4위에 해당한다. 사람들의 일상적 실천의 힘이 이처럼 큰 것이다.
1위는 무엇일까. ‘재료’ 카테고리에 들어있는 ‘냉매 관리’이다. 냉매 관리를 잘하면 98.74기가t을 줄일 수 있다. 모든 냉장고, 슈퍼마켓 진열대, 에어컨에 들어가는 원료이다. 이전에 사용되던 염화불화탄소(CFC)와 수소염화불화탄소(HCFC)는 오존층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되며 1987년부터 단계적인 저감에 들어갔지만, 대체 원료로 주로 사용된 수소불화탄소(HFC)마저도 지구온난화 효과가 이산화탄소보다 1000∼9000배나 더 크다.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7억 대의 에어컨이 더 가동될 것으로 전망돼 대응조치가 시급하다고 한다.
2위는 육상의 ‘풍력발전용 터빈’(84.60기가t)으로 해상용(22위, 15.15기가t)까지 합하면 풍력을 이용하는 발전이 전체 1위에 버금가는 이산화탄소 저감효과가 있다. 바람이 인류의 지속가능성에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거센 바람을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이 많지 않고, 님비현상에 따른 주민들의 반대가 심한 것이 취약점이다.
공동 6위(59.6기가t)에 올라 있는 ‘여학생 교육’과 ‘가족계획’은 무엇일까. 책에 따르면 ‘플랜 드로다운’은 여성 문제를 특별히 분류해 다루는데, 그 이유는 기후변화가 성중립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의 불평등으로 인해, 여성은 질병에서부터 자연재해에 이르기까지 기후변화의 영향에 매우 취약하다. 또한 여성은 지구온난화를 성공적으로 해결하고, 인류의 전반적인 복원력을 회복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여학생 교육’과 ‘가족계획’ 등의 솔루션은 여성의 권리와 복지를 개선함으로써 지구의 미래가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책은 이처럼 100가지의 솔루션 이외에 매력적인 미래 에너지 20가지도 소개하고 있다. 644쪽, 3만6000원.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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