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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애(1933-2019)
시장 어귀 족발 가게를 지날 때 문득 어머니가 떠오릅니다. 당신이 먼 나라로 떠나신 지도 여덟 달. 퇴원해 집에 가면 같이 먹자 하시던 그 족발 맛은 보셨는지요? 돌이켜보면 저는 어머니가 무얼 좋아하고 싫어하시는지 헤아리지 못한 채 살아왔습니다. 임종이 가까워서야 어떻게 해드려야 할지 모른 채 발만 동동 구르며 가슴을 태웠습니다. 당신은 언제나 그 자리에 계실 거라 믿어 왔건만….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함께 있을 수 있었던 날은 너무도 짧았습니다. 마지막 넉 달 동안 병원의 여러 과를 거치면서 힘에 겨운 하루하루를 보내셨지만 그나마 눈을 마주하며 미소 지을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어머니가 그리도 못 잊어 하시던 아버지는 비통함과 그리움에 잠을 못 이루시더니 금세 쇠약해지셨습니다. 그래도 휴대전화에 녹음된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으시며 곧 어머니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듣기 힘든 말씀을 하실 땐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떠나시기 두 달 전에 병원에서 녹음했던 당신의 소곤거리는 소리는 살아계신 아버지에게도, 제게도 언제나 큰 위안입니다. 물론 건강하실 때 목소리였으면 더 좋았겠지요. 어머니, 좋은 곳에서 부디 평안하시길 기원합니다.
아들 최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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