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美의 제재 없지만 ‘불법’ 오명에 대외신인도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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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비 불법어업국’지정 파장

최종지정땐 항만통제 등 조치
美, 지난달 22일에 최후 통첩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한 날짜
냉랭한 韓·美 관계 반영 분석

미국 상무부 산하 해양대기청(NOAA)이 20일 한국을 예비 불법·비보고·비규제(IUU·Illegal, Unreported, Unregulated) 어업국(예비불법어업국)으로 지정한 것은 고작 배 2척의 2~3일 추가 조업 때문이어서 해양·수산업계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냉랭해진 한·미 관계가 결국 해양·수산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사건은 1년 9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7년 12월 우리나라 원양 선박 2척이 남극 수역 어장 폐쇄 통보에도 2~3일씩 더 조업했다. 이빨고기, 크릴(새우를 닮은 갑각류), 빙어의 총허용 어획량을 배분하는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의 보존 조치를 위반한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1월 문제 선박들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는데 통신업체 서버 오류로 통보 메일을 받지 못한 ‘홍진 701호’는 무혐의 처리됐고, 통보 메일을 열어보고도 좀 더 조업한 ‘서던오션호’는 기소유예됐다.

미국 정부는 이를 걸고넘어졌다. 현재 우리나라 ‘원양산업발전법’(원산법)상 벌칙규정(징역·벌금·몰수)이 형사 처벌 위주여서 수사·사법당국의 처벌 수위가 약할 경우 불법조업에 따른 이익환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으니 행정기관이 나서라고 요구했다. 이에 정부는 4월 행정기관이 형사 처벌과는 별도로 과징금을 물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원산법 개정안을 발의(의원입법)했는데 아직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결국 지난 8월 22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국 해수부 해양정책실장과 미국 NOAA 부청장 간 협의 자리에서 미국은 “법 통과가 안 됐으니 지정이 불가피하다”고 통보했다. 다만, 법이 통과될 경우 해제해주기로 약속했다는 게 해수부 설명이다.

해수부는 예비 지정 시 미국 항만에 우리 배가 들어가지 못하거나 수출입이 금지되는 등의 제재가 가해지는 것은 아니어서 당장 입을 피해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즉각 제재를 받지 않는다 해도 미국이 향후 2년간 개선조치가 미진하다고 판단하면 불법어업국으로 최종 지정될 수 있고, 이 경우 항만 통제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아울러 예비국이긴 하지만 멕시코, 에콰도르 등과 함께 불법어업국이란 ‘낙인’이 또다시 찍히며 대외신인도 추락도 불가피해졌다.

미국 정부가 이같이 강경한 조치를 취한 배경에 대한 우려도 크다. 특히 미국의 최후 통첩일이었던 8월 22일이 우리 정부가 마침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날이어서 관련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정도 나온다.

오운열 해수부 해양정책실장은 “지정은 8월 초 결정된 것으로 지소미아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 2척의 2~3일 추가 조업을 문제 삼아 예비 불법어업국으로까지 지정한 데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사실 우리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