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박성연 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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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산다는 건 신비한 축복／ 분명한 이유가 있어／ 세상엔 필요 없는 사람은 없어／ 모두 마음을 열어요／ 그리고 마주 봐요／ 처음 태어난 이 별에서 사는 우리 손 잡아요’. 한국 재즈 보컬 1세대인 박성연(76)이 2016년 발표한 임인건 작사·작곡의 ‘바람이 부네요’ 일부다. 박성연의 감성적 음색에 세월의 무게가 얹히면서 깊은 맛이 더해지는 대표적 노래다. 지난 3월 남성 가수 박효신(38)과 듀엣으로 불러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 재즈 보컬의 대모’ ‘한국의 빌리 홀리데이’ ‘영원한 재즈 디바’ 등으로 불리는 박성연은 직접 작사·작곡한 ‘물안개’, 김영경 작사에 그가 곡을 붙인 ‘세월이 흐른 후에’ 등이 담긴 제1집 앨범을 1985년에 냈다. ‘물안개’는 ‘물안개가 자욱하게 밀려오는 바닷가에／ 하이얀 물거품이 산산이 밀려 흩어지네／ 고요히 지평선으로 스며드는 안개 속에／ 그리운 그대 모습 나를 부르며 다가오네’ 하고 시작한다. 300곡 이상의 레퍼토리를 소화하는 그의 정규 앨범은 현재 3집에 그친다. 재즈는 ‘자유’ 그 자체이면서 현장의 즉흥성으로 교감하는 음악이라고 여겨 음반 수록을 꺼린다. “늘 마지막 공연이라는 생각으로 노래한다”는 그는 이렇게도 말한다. “나는 음악에 인생을 걸지 않았다. 음악이 내게 인생을 주었고, 나를 살게 만들었다. 나에게 무대에서 죽으라고 말하는 것은 덕담이다.”

그는 재즈가 좋아서 숙명여대 작곡과에 진학했고, 미 8군 무대에서 가수로 데뷔했다. 그는 “재즈를 마음껏 부르고 싶다”며 1978년 11월 23일 서울 신촌에 한국인으로선 국내 최초로 재즈 클럽 야누스를 창립했다. 1960년대부터 모아온 귀한 LP 음반 1700장을 1000만 원에 급히 팔아서 비용을 충당해야 했을 만큼 운영이 줄곧 어려워 온 야누스는 현재 서초동까지 장소를 몇 차례 옮기면서도 ‘한국 재즈의 산실이자 살아 있는 역사’가 됐다. 박성연이 신병으로 2015년 요양병원에 장기 입원하면서 디바야누스로 이름을 바꾸고 그의 후배 재즈 가수 말로(48)가 운영을 떠맡았으나 여전히 한국 재즈 음악인들의 성지(聖地)다. 제3회 서울숲재즈페스티벌의 오는 28일 무대에 박성연이 오른다. 재즈를 ‘불협화음의 신비함이 가득 들어 있는 아름다운 음악’이라고 정의하는 그가 노년에도 열정적으로 피워내는 재즈의 짙은 향기에 젖어들 수 있는 모처럼의 대형 무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