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檢 격돌>“檢개혁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에서 완성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불 밝힌 검찰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는 조국 법무부 장관에게 업무 보고를 받고 검찰총장에 대해 “검찰 개혁 방안 마련”을 지시한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대검찰청 청사에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다. 신창섭 기자

- 전문가 15人 진단

“대통령, 檢수사에 공개 입장 표명은 헌법·검찰청법 위반”
“집권여당이 군중 동원해 檢 겁박 세계 헌정사에 없는 일”
“적폐청산땐 조용하다가 曺수사엔 피의자 공표 적반하장”

“피의자 법무부장관 자숙하고 수사 끝날때까지 대기해야”
“수사받는 당사자가 특수부 축소? 명백한 수사방해 꼼수”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언급하고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검찰 개혁 방안 마련”을 지시하는 등 조 장관과 관련된 일련의 사태가 정권과 검찰의 정면충돌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대통령은 검찰총장 임면에 관한 고유 권한을 가지면서도 개별 사건에 대해 관여하는 것은 금기시돼 있다는 측면에서, 문 대통령의 이 같은 관여는 부적절하다는 법조계의 지적이 나온다.

물론 죄형 법정주의와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조 장관 자신에 대한 혐의가 규명되지 않은 만큼 수사를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조 장관이 사퇴할 필요는 없고, 조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의 무리한 수사라는 지적도 가능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결국 혼란 국면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결국 조 장관 본인에게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현 국면을 바라보는 법학·법조계 관계자들의 입장 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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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검찰 수사에 대한 대통령의 개별적 입장 발표는 법치주의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서초동 검찰청 앞 집회도 마찬가지다. 법치주의는 다중의 힘으로 파괴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지금 사태는 마치 홍위병과 같다. 집권여당이 자기들 불법을 덮기 위해 군중을 동원하고 검찰을 겁박한다는 것은 세계 헌정사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 조 장관은 피의자 신분인데, 선진국 같으면 장관직에 있을 수도 없다. 그 자리가 마치 자기가 아니면 안 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며 직권남용이다. 피의자 장관은 자숙하고 검찰 수사가 끝나길 대기해야 한다. 또 과거 적폐청산 수사 당시 검찰이 일일 브리핑을 해도 아무 말 안 하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자기들의 수사에 대해 피의사실 공표로 검찰을 밀어붙이는 건 적반하장이다. 지금의 검찰 수사는 그때에 비하면 묵언 수사에 가깝다.

△고문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절제된 검찰권”이란 문 대통령의 언급을 놓고 이야기하기엔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그러나 한국 검찰의 권력이 너무 큰 것은 사실이다. 검찰권을 남용해 불신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대의에 찬성한다. 큰 틀에서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라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수사·기소를 모두 검찰이 하니 무리수를 두게 된다. 또 조 장관은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대법원까지 갈 것이라고 본다. 조 장관 나름의 철학과 내공이 있으니 어느 정도 개혁 성과는 낼 것으로 보인다.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조 장관의 개혁 의지는 확실해 보인다. 조 장관 일가에 대해 피의사실을 공표하면 처벌받게 돼 있지만, 어느 정도는 국민 알 권리 차원에서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정말 명백하고 확실한 피의사실 이외에는 공표하지 않는 것이 인권 보호 차원에서 옳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통령이 검찰에 대해 언급한 것이 법치주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를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 검찰 권력이 절제돼야 하는 건 맞는다. 내가 보기엔 검찰 개혁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 역시 없다. 검찰 개혁 의제들은 다 나와 있다. 남아 있는 건 방법론과 절차다. 지금 중요한 부분이 국회에 걸려서 꼼짝도 못 하고 있는 게 문제다. 이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무산에 있다고 본다. 정치권이 문제다. 할 수 있을 때 제대로 못 하니까 여기까지 오게 된 것 아니겠나. 검찰 수사에 대해서 뭐라 코멘트하긴 어렵다. 검찰 수사 내용도 모르고, 언론이 부풀린 측면도 크다. 그 흔들리는 근거에 기초해 뭐라 말할 수는 없다.

△이헌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공동대표

기본적으로 검찰 개혁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범죄 혐의자인 조 장관을 수호하는 것이 어떻게 검찰 개혁이 될 수 있는가. 장관 본인이 억울한 점이 있으면 적극 해명하는 게 맞는다. 그런데 청문회에서 말한 내용과 사실이 다르게 보이는 부분이 많다. 본인 스스로 법무부 장관직에서 내려와야 하는 게 맞는다. 본인이 법치를 바란다면, 진정한 검찰 개혁을 바란다면 그만두는 게 맞는다. 문 대통령도 직접적인 외압성 발언이 강하다. “절제된 검찰권 행사”라는 것은 법에 정해진 대로 하면 되고, 윤 총장이 지금 그렇게 하고 있다고 본다. 대통령이 그런 식으로 압박했다고 해서 현재 수사 진행상 사항이 달라지거나 하면 안 된다. 그거야말로 법치에 어긋나는 일이다.

△김종민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대통령이나 정치권이 나서서 진행 중인 수사에 관여하는 것은 검찰 독립성에 대단히 나쁜 선례로 남을 것이다. 조 장관은 장관으로서 기본적 자격이 없으므로 당연히 사퇴해야 하고 그다음 검찰 개혁을 논해야 한다. 수사를 받는 당사자가 직접 특수수사 조직 축소하겠다, 검찰 개혁하겠다고 하는데 명백한 수사방해 또는 자기방어를 위한 꼼수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절제된 검찰권”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검찰 정신의 핵심은 ‘엄정공평 불편부당’이다. 검찰이 이같이 수사하고, 수사 결과는 윤 총장과 수사팀이 책임을 지면 된다. 다만 윤 총장이 과잉수사를 했거나 검찰권을 남용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고, 제도적으로나 조직적으로나 개선해야 한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검찰은 독립된 채 외부기관으로부터 압박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은 위헌적 표현을 한 셈이다. 검찰 수사에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다. 대통령의 개입은 헌법과 검찰청법을 정면으로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법치주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2년 반 동안 검찰의 적폐 수사에 침묵을 지켰으면 지금도 침묵하며 지켜봐야 한다. 마음에 안 들면 대통령의 인사권을 행사하면 되는 일이다. 또 조 장관의 거취에 대해서는, 죄형 법정주의 국가에서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본인이나 가족이 기소됐다고 해서 장관직을 그만둘 필요는 헌법상 없다. 다만 정치적 책임이 조 장관 본인에게 뒤따른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검찰이 열심히 수사하고 있는데 대통령이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 검찰 개혁의 완성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에서 완성된다. 지금 검찰 수사가 막바지인 만큼 대통령은 수사가 끝날 때까지 조 장관의 업무를 중단시키고 가능한 범위에서 검찰 수사가 신속히 마무리되도록 해야 한다. 힘을 실어주려고 조 장관 앞에서 업무보고를 받기도 한 것으로 보이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조 장관은 지금 피의자이고, 대통령이 자기 본분을 완전히 망각한 것이다. 현직 장관을 상대로 하는 만큼 검찰은 수사 과정에 있어 적법 절차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인권을 존중하기 위해 검찰권 행사를 절제하기보다 법에 따른 절차로 수사를 진행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 장관에 대한 수사는 문 대통령이 말했던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의 대표 사례다. 지금 와서 그것을 안 된다고 말하면 검찰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인가. “절제된 검찰권”이란 너무 추상적이기도 하지만 과거 경험이나 문 대통령의 말과 맞지 않는다. 검찰청 앞 집회 규모를 놓고 논란이 있지만, 그것이 국민 다수를 대표하는 것인지 확정하기 어렵고, 설령 국민 다수라고 하더라도 옳고 그름의 문제를 다수결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조 장관에 대해 수사를 제대로 하는 것이 검찰 개혁이지, 검찰 개혁을 위해 검찰이 물러서야 한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다.

△박종우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문 대통령이 조 장관을 청와대에 불러 윤 총장에 대한 지시사항이라며 검찰개혁 방안을 요구하는 지시 방식부터가 이해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검찰을 개혁의 대상으로만 취급해놓고 갑자기 개혁의 주체로 취급하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 조 장관의 거취는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사퇴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여당 대표까지 나서서 검찰권 행사 방식을 정하고 검찰권 자제를 요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 더군다나 대통령이 할 이야기는 아니다.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

개별 사건에 대한 대통령의 직접적 입장 발표는 법치주의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다. 법 앞에 누구나 평등해야 하고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검찰 수사를 거쳐야 하는데 대통령이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하며 검찰 수사를 압박한 것이라고 본다. 검찰권에 대한 제동을 판단하는 기관은 법원이다. 검찰이 기소하면 법원이 판단하는 것이고, 검찰이 기소하지 않으면 법원에 재정신청이라는 제도가 있다. 조 장관 일가 관련 수사는 당연히 엄정히 진행해야 하고, 내버려 두면 사회정의를 해치는 것이다. 행정부가 검찰에 이같이 간섭하면 대한민국 법치주의의 미래는 어두워지는 것이다.

송유근·윤명진·최지영·나주예·서종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