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포용적 복지국가 위한 사회서비스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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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1955년부터 시작된 ‘베이비붐 세대’의 대규모 퇴직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이들은 내년에는 노령인구(65세)에 진입하게 된다. 하지만 은퇴 후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평온한 노후가 아니다. 생의 마지막까지 모셔야 하는 부모님 걱정, 진학난과 취업난에 허덕이는 자녀 걱정, 그리고 스스로 노후를 책임져야 하는 본인 걱정에 휩싸여 있다. 5060가구의 34%는 자녀와 부모님을 동시에 부양하고 있다. 사회 구조적으로도 2018년 1인 가구가 전체 가구 중 29.3%로, 2000년에 비해 거의 2배 수준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급격한 인구 구조와 가족 구조의 전환, 소득 수준의 상승 등에 따라 사회서비스 수요는 더욱 복잡하고 다양해지고 있다. 보충적 성격이 강했던 기존의 복지 서비스를 넘어서서, 이제 국민은 급변하는 사회에서의 안정된 삶을 보장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키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복합적인 문제 상황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개인별 생애주기와 욕구를 고려한 맞춤형 서비스로의 질적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개인을 벗어나 더 넓은 시야에서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사회적 수요도 점점 부각되고 있는 만큼, 문화·안전·환경 등 새로운 사회서비스 영역으로의 확충도 시급한 과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현행 사회보장기본법상 사회서비스는 ‘복지, 보건의료, 교육, 고용, 주거, 문화, 환경’ 등의 영역을 포괄하며 ‘인간다운 삶의 보장’뿐만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삶의 질 향상’을 지원한다. 국가가 전 생애주기에 걸쳐 국민의 삶을 보장함으로써, 공존과 생산적 혁신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사회를 구축할 수 있게 되는 포용국가의 핵심 정책 수단이 사회서비스인 것이다. 정부는 지난 9월 19일 ‘포용사회를 위한 사회서비스 혁신 계획’을 발표해 인간다운 삶에 대한 국민의 열망에 응답하고자 했다.

오는 2020년에는 복잡하고 다양해지는 돌봄·건강·취업 등의 개인적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노인맞춤돌봄 서비스를 45만 명의 어르신께 제공할 예정이다. 치매안심센터는 300만 명이 넘는 어르신이 이용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또, 정신건강에 대한 국민의 높은 관심을 반영해 정신건강 응급개입팀을 신설하기로 했다. 문화·안전·환경 등 사회적 수요에 맞춰 작은도서관 등 지역사회의 문화 인프라를 내실화하고 산재 예방 서비스를 강화하며, 미세먼지 배출 감시단을 신설하는 등 새로운 사회서비스 수요 대응 방안도 포함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보다 더 질 좋은 사회서비스로 거듭나기 위한 지역통합 돌봄체계의 정착, 스마트 복지 구현,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질적 제고 등의 장기적인 추진 과제도 제시했다.

사회서비스의 확대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도 직결된다. 임금, 근무 시간·기간 등에서 정부가 일정 수준 이상의 근로 여건을 보장하는 사회서비스 일자리가 2022년까지 34만 개 이상 늘어나게 된다. 특히 장·노년층, 여성 등 고용 취약계층의 비율이 높아 소득 창출과 사회 참여의 통로로도 기능할 수 있다. 복지를 확충하기 위해서 일자리가 생기고, 일자리가 복지가 되는 선순환 구조가 공고해지게 되는 것이다. 급변하는 사회·경제 구조 아래에서 사회서비스의 시대적 과제는 국민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혁신하는 것이다.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 권리이며, 국가는 모든 국민의 삶의 질을 보장할 책무를 지닌다. 기계의 효율성이 사람의 온기를 대체하고 있지만, 사람의 욕구에 대한 이해와 섬세한 감성이 필요한 휴먼 서비스로서의 사회서비스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