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구 기자의 컬처 톡>거침없는 인수·합병 카카오엠 ‘넌 누구냐’

요즘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나아진 게 없어 보입니다. 올해 초 YG엔터테인먼트 빅뱅 승리의 버닝썬 사건 이후 SM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 등 3대 기획사가 동반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요. 영화계 대목인 여름철 관객은 기대 이하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지상파는 올해 최악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런데 이런 시련의 계절에 유독 눈에 띄는 기업이 있습니다. 카카오의 계열사이자 콘텐츠 제작사인 카카오엠(M)입니다.

카카오엠은 지난달 30일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688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습니다. 기관과 기업 등이 ‘노는’ 물에 현빈·이민호 등 스타 배우들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각 1만 주 이상을 배정받았으니 1인당 10억 원이 넘는 거액입니다. 이런 ‘빅딜(Big Deal)’이 가능했던 건 카카오엠이 현빈의 소속사인 VAST엔터테인먼트의 지분 100%를 인수하고, 이민호의 소속사인 MYM엔터테인먼트와도 전략적인 협력 관계를 맺었기 때문입니다. 같은 배를 탄 ‘가족’이 됐으니 서로 믿고 투자한 셈이죠.

이들뿐만이 아닙니다. 카카오엠은 올해 초부터거침없는 인수·합병(M&A)을 진행했습니다. 지난 1월 이병헌·한효주 등이 소속된 BH엔터테인먼트, 김태리의 제이와이드컴퍼니, 공유·전도연의 숲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고, 8월엔 박서준이 소속돼 있는 어썸이엔티를 끌어안았습니다. 소위 잘 나가는 배우 회사를 ‘싹쓸이’한 셈이죠.

9월엔 영화제작사인 영화사월광과 사나이픽쳐스의 지분 각 41%와 81%를 인수해 최대주주의 지위에 올랐습니다. 영화사월광은 ‘군도: 민란의 시대’를 만든 윤종빈 감독, 사나이픽쳐스는 ‘신세계’의 한재덕 대표가 이끄는 제작사입니다. 둘 다 충무로에서 알짜로 소문이 났는데 발 빠르게 카카오엠이 선점한 겁니다.

기존의 음악사업도 꾸준합니다. 멜론을 카카오에 떼어줬지만 스타쉽엔터테인먼트, 플랜에이엔터테인먼트를 자회사로 두고 있습니다. 배우, 제작사, 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전 분야에 걸친 공격적 투자에 입이 벌어질 정도입니다.

좋습니다.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열정을 이해합니다. 침체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급해 보입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콘텐츠 기업을 사냥하는 ‘먹성’이 가히 위협적입니다. 이게 기업 상장을 위한 ‘포장’은 아닐 테지요. 이런 과감함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덩치를 키우는 마중물이 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