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親기업 행보, 말만으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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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경제失政 책임 전가 급급한 靑
국민은 개·돼지 취급 愚民정책
대통령 발언과 행동은 정반대

세금으로 혁신성장 발상 접고
민간기업 통제 立法 중단하며
내년 예산안도 전면 수정해야

지난 13일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이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한 경제 전문가들의 부정적 평가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그 이유로는, 우리 경제가 아직 디플레이션에 진입했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경제성장률도 독일이나 싱가포르, 홍콩 등과 비교할 때 선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36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8위에 불과했고, 지난 8, 9월 물가상승률이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사실을 애써 외면하려는 의도로 이해된다. 더욱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그동안 민간 활력 제고를 위해 친(親)기업적 행보를 해왔는데도 야권 등에서 진영 논리를 경제 이슈로까지 확대해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문 정부는 자신들이 초래한 경제정책 실패라 할지라도 그 책임을 야권과 경제 전문가들에게 전가하면 국민이 이에 동조할 것이라고 굳게 믿는 듯하다. 즉, 전형적인 우민(愚民)정책에 대한 냄새가 나는 게 사실이다. 사회 일각에서는 문 정부와 여당이 국민을 마치 개·돼지 보듯이 하고 있다고 비판하는데, 이해가 가는 점이 많다.

어찌 됐든, 분명한 것은 하나 있다. 우민정책의 말로(末路)는 감당할 수 없는 정치적 책임으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이미 국민은 광화문광장을 비롯해 곳곳에서 문 정부의 정책 실패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문재인 대통령 탄핵’이라는 말까지 나온 게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이 경제수석의 이번 책임 전가성 비판은 마치 타오르는 국민의 분노에 기름을 붓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민간이 일자리를 만든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정부 주도로 혁신성장기업을 육성하고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 민간기업을 통제하겠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지난 2년간 문 정부는 대통령 말대로 법인세 최고 세율을 27.5%로 올려 세수를 확대했고, 상법을 개정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려 했다. 지난달에는 국민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가들에 ‘5%룰’ 관련 공시의무를 완화해 국민연금이 좀 더 쉽게 민간기업들의 경영에 개입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까지 입법예고했다. 문 대통령은 말로는 친기업 행보, 민간 활력 제고 등을 운운하면서 실제로는 정반대 행동을 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이 수석의 발언으로 문 정부는 여러 가지 과제를 떠안게 됐다. 국민이 더 신뢰할 수 있는 친기업 행보를 보여줘야 하는 숙제를 떠안은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문 정부는 국민 세금으로 혁신성장을 주도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과제 수행이 가능하다. 즉, 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전면 수정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한 연금사회주의화 정책 추진을 중단하는 일이 급선무일 것이다. 상법 개정 작업은 물론,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작업을 당장 중단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정부가 민간기업의 경영을 통제하는 한 민간 활력의 제고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으로부터 세수를 확대하고 국가부채를 증가시키는 방식으로 재정을 확대하겠다는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이 필요하다. 내년 예산액을 올해보다 9.3% 올린 것은 국민에게 조세부담 의무를 증가시켜 민간 투자 활력을 억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가 예산을 가지고 혁신기업을 지원하겠다는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아무리 좋은 경제정책이라도 이를 집행하는 정권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어떠한 성과도 얻기 힘들다. 이미 문 정부가 탈(脫)원전을 표방하면서 지지자들에게 무분별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더욱이, 현 정부가 우민정책까지 편다는 의심을 받으면 상황은 더 어려질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이번 이 경제수석의 발언은 문 대통령을 국민의 심판대로 끌어올리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이제는 이 수석의 말을 문 대통령이 실천하는 일만 남은 듯하다.

이미 우리 국민은 지난 정부 시절 겪었던 탄핵 사태가 재현되기를 원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을 바보 취급하면 상황은 전혀 달라질 수 있다. 부디 국민의 신뢰를 얻는 문 정부가 되기를 기대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