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쇄신론>반성없는 黨지도부·청와대 비판…‘셀프 쇄신’ 시작될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굳은 표정 이해찬(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인영 원내대표, 이 대표, 박주민 최고위원. 뉴시스

김해영 최고 “송구스럽다”
민주당 지도부중 유일 사과
중진도 “책임통감 표현해야”

‘초선’ 이철희 불출마 선언은
黨에 변화와 혁신 요구한 것

‘상황 지켜보자’ 의견 많지만
지지율 반등 계기 못만든다면
참모진 교체·내각개편 가능성

더불어민주당에서 ‘조국(전 법무부 장관) 사태’와 관련해 책임과 쇄신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나와 파장이 주목되고 있다. 조 전 장관이 퇴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의원들 사이에서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는 의견이 많은 편이지만, 지지율 반등의 계기가 생기지 않는다면 당·정·청 쇄신 요구가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쇄신의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청와대 참모진 교체, 중폭 이상의 대폭 개각, 당 지도체제 개편 등이 물밑에서 거론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출신 3선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에 “책임을 통감하는 자가 단 1명도 없다”고 글을 올려 사실상 여권의 쇄신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조 전 장관 사퇴 이후 공개적으로는 처음 나온 내부 쇄신론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중진 의원도 16일 통화에서 “공개적으로 말하진 않지만 의원들끼리 비공개 모임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여권이 책임을 통감한다는 뜻을 표현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초선인 김해영 최고위원이 사과 의사를 밝히고, 전날(15일) 역시 초선인 이철희 의원이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당에 변화를 요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서초동 집회와 광화문 집회에서 보듯이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국민의 갈등이 증폭되고 많은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렸다”며 “집권 여당의 지도부 일원으로서 대단히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 전 장관이 사표를 제출한 뒤 “송구스럽다”고 밝혔지만, 이해찬 당 대표 등 지도부 주요 인사들은 이날까지 사과 발언을 하지 않았다. 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도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와 중진 용퇴론을 촉구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있다.

쇄신 방법으로는 청와대 참모진 교체, 이낙연 국무총리 등을 비롯한 내각 개편 등이 당장 생각할 수 있는 카드다. 당 외부에서는 당 지도부 교체와 대대적인 개혁 공천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다만, 대대적인 내각 교체는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만큼 현실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조 전 장관 사퇴로 겨우 분위기를 전환했는데 인사청문회를 해서 다시 야당에 판을 깔아 줄 수 있겠느냐”며 “법무부 장관도 후임자를 바로 발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민주당 내에서 쇄신론은 소수다. 지도부와 가까운 한 중진 의원은 “문 대통령이 당과 참모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책임을 지고 임명한 것”이라며 “함께 책임을 지는 것이지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 교체하자는 쇄신론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도 “당 자체 조사 결과 조 전 장관 사퇴 이후 당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다”며 “민생과 검찰개혁에 매진하는 한길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