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잃은 ‘국민노후자금’… 기업 길들이기 수단으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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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실적 저조한 국민연금

정치적 독립 못한채 정부 입김
불안한시장 ‘떠받치기’ 用으로

기업들은 경영간섭 방어하느라
경제활동 전념 못하고 ‘위축’

국민의 ‘노후 버팀목’인 국민연금 고갈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국민연금 운용이 수익률에 따라 이뤄지는 대신 집권 세력의 의중에 따라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기업 경영권에 간섭하거나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움직이는 국민연금 행태로 인해 국민의 ‘노후자금’이 위태롭게 되고 있다는 불안감도 높다.

17일 국민연금공단 안팎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수익률이 저조한 것과 관련, 정부로부터의 독립성 결여로 인해 정부 방향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행보가 가장 문제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기업의 경영에 개입하려는 것이다. 그 이면에 정부의 입김이 자리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는 한, 진정 주주의 이익을 위한 행위인지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을 수밖에 없다. 재계에서는 연기금의 ‘주식 5% 대량 보유 보고’ 규제를 완화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에 대해 “연금 사회주의를 강화하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수익률보다는 정부의 손이 돼 기업을 옥죄는 역할을 한다면 안팎의 악재 속에 기업은 발목을 잡힐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이 최근 소재·부품·장비 관련 업종의 보유 주식을 늘린 것 역시 정부 정책에 ‘코드’를 맞춘 것이라는 지적이다. 관련 주식이 하락한다면 이는 고스란히 국민이 낸 노후 자금의 손실로 돌아오게 된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한국 경제 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계속 예측돼 온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해 정부에서 암묵적 시그널을 보이면 국내 증시를 외면하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국내 증시에서 “시장이 불안정할 때 연기금이 떠받쳐야 한다”는 인식도 문제로 지적된다. 단기적으로 무조건 시장을 ‘떠받치기’ 위한 연기금의 개입은 안이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외국인과 대다수 기관 투자자가 ‘셀 코리아(국내 주식 매도)’ 포지션을 보이는 가운데 연기금이 공격적인 매수로 이를 지탱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달 동안 연기금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1조8761억 원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상반기 순매수 금액이 3조4529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집중 매수에 나선 것이다.

국민연금의 국내 직접 주식 투자 외에 간접투자에도 문제점이 지적된다. ‘큰손’으로 지난 3년 동안 연간 30여 곳의 위탁 운용사를 선정해 투자를 맡겼지만 3년간의 수익으로 보기에는 초라한 2.59%의 수익률에 그쳤다. 국내주식 간접투자 수익률은 기준지수(벤치마크)와 비교해 2016년 2.55%포인트, 2017년 1.55%포인트, 2018년 1.70%포인트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일규(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소 기준수익률(BM)보다 낮은 위탁사에 대해서는 위탁자금 회수나 위탁 제한 등 벌칙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세영·송정은 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