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부동산 코드정책과 서민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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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직 논설위원

강남 집값 상승, 文 정부 1위
규제와 코드 교육이 급등 불러
‘강남 = 불로소득’ 편견은 잘못

부동산에 ‘이념’ 주입은 위험
증오 정책으로 집값 통제 못해
수요 많으면 공급으로 풀어야

“불안을 야기하는 일부 지역 고가 아파트에 대해 자금 조달 계획서를 전수 조사하겠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달 30일 방송에 출연해 한 말이다. 전수 조사에서 자금 조달 계획서에 문제가 발견되면 국세청 세무조사도 뒤따를 거라며 엄포를 놨다.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인 32개 기관으로 구성한 특별단속반을 강남에 투입해 부동산 중개업소를 뒤지고 있다. 지금 강남 부동산 시장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최근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내놨다. “외환위기 이후 20년간 서울 34개 주요 지역 아파트값 추이를 조사한 결과 역대 정부 중 문재인 정부 때 가장 가파르게 올랐다”는 것이었다. 강남권 아파트의 연평균 상승액은 노무현 정부가 평당 450만 원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압도하는데, 문 정부는 1.8배로 높은 810만 원으로 노 정부마저 압도한다는 것이다. 눈이 번쩍 뜨이는 조사 결과다. “강남 집값만은 반드시 잡겠다”고 공언해왔던 문 정부 아니었던가. 문 정부 2년 반 동안 쏟아낸 부동산 대책이 16개에 이른다. 이제 남은 대책은 부동산 거래 허가제뿐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그런데도 강남 집값이 잡히지 않고 치솟기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은 초읽기에 들어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 발표가 있다. 강남을 타깃으로 한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공급물량이 크게 줄면서 강남 아파트의 ‘희소성’이 더 커질 거란 생각에 마지막 아파트를 잡자는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코드 교육정책이 기름을 부었다. 정부가 2025년까지 자사고·특목고를 없애기로 한 데 이어 대통령 지시로 대입 정시 비율을 높이기로 하자 이른바 ‘강남 8학군’의 가치가 되살아나면서 돈과 사람이 강남으로 더 몰리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요즘 강남 대치동에 있는 일부 아파트는 1주일 만에 1억 원씩 뛰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문 정부가 이를 그대로 두고 보진 않을 것이다. 강남을 잡기 위한 제2, 제3의 강도 높은 규제책을 쏟아낼 것이다. ‘강남사람 = 불로소득 수혜자’로 규정하고, 자신들은 이를 응징하는 정의로운 정부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의도가 핵심 당국자 언행 곳곳에서 읽힌다. 국민을 ‘1 대 99’로 나눈 뒤, 탐욕의 화신으로 규정한 1%를 두들겨 99%의 지지를 끌어내려는 건 좌파진영의 고전적 전략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전체 인구의 3%가 사는 강남에 목을 맨 부동산 정책의 최대 피해자는 실수요자와 무주택 서민이란 점이다. 분양가 상한제를 앞두고 서울의 새 아파트 청약 당첨 가점이 치솟으면서 30대와 40대 초반 실수요자들은 서울 청약 시장에서 갈수록 들러리로 전락하고 있다. 서민들의 내 집 마련에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21년으로 최근 2년 새 4.7년 늘어났다는 분석(김상훈 의원실)도 있다. 서울시민의 70%는 서울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주택 부족’을 꼽고 있다.(서울연구원 조사) 경제가 발전한 만큼 벽에 금이 가고 녹물 나오는 30∼40년 된 낡은 아파트를 쾌적한 주거공간으로 바꿔서 살고 싶어 한다. 이런 원초적 본능을 코드 정책으로 틀어막고 아파트 가격까지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환상이다.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설계자’로 불리는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그의 저서에서 “부동산 정책은 그 자체가 정치”라고 말했다. 정부가 목을 매는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올수록 “강남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정치적 압력은 가중되고, 강남 두들기기는 강도를 더해갈 것이다. 그러나 문 정부 임기 말인 2021년 서울 아파트 공급물량이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다는 사실을 시장은 이미 알고 있다. 저금리 속에 1200조 원으로 늘어난 시중 유동자금과 내년까지 풀릴 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 40조 원은 강남으로 강남으로 몰릴 것이다. 부동산 정책마저 코드·이념화한 현실을 바로잡지 않으면 강남을 두들길수록 집값은 더 급등하는 역설(逆說)을 피할 수 없다. 부동산은 가장 중요한 민생이기에 코드 정책의 실험대상이 돼선 안 된다. 부동산시장의 최대 불안요인은 정부정책이란 말까지 나오는 건 비극이다. 정부가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을 버려야 한다. 수요가 많은 곳에선 공급으로 풀어야 한다는 건 경제학의 ABC다. 이를 무시하고 시장을 인위적으로 찍어누르려는 강도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힘없는 서민들이 쏟아야 할 눈물은 더 많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