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제야 지소미아 불 끄려 日·美에 매달리는 文정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를 국익에 따른 결정이라던 문재인 정부가 종료 시한이 다가오자 허둥대는 모습이 역력하다. 문 대통령은 4일 태국 방콕의 아세안+3 정상회의 대기장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끌어당겨 얘기를 나눴다. 일어 통역자가 없어 영어 통역자를 대동하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사진 촬영까지 한 것을 보면 얼마나 화급하게 했는지 알 수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6월 오사카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때엔 회담을 거부한 바 있다.

이 회동에 대해 청와대는 11분간 환담, 일본 외무성은 10분간 대화라고 했다. 내용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대화를 통한 양국 현안 해결 원칙 확인”을 내세웠지만, 일본 측은 “청구권 협정 준수”를 강조했다. 지소미아 파기가 한·미 동맹 위기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자 문 대통령이 일본에 매달리는 형국이 된 것이다.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는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에게 “미국의 역할”을 주문했다. 지소미아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 해소에 역할을 해달라고 중재 요청을 한 것이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미국에 중재요청을 하는 순간 글로벌 호구가 된다”며 큰소리쳤는데, 이제 와서 국무부에 ‘구조요청’을 한 셈이다.

5일 방한하는 스틸웰 차관보가 지소미아 중재를 제대로 할지도 의문이지만, 이 기회에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기정사실화할 경우 김 차장 말대로 ‘호구’로 전락하게 된다. 문 정부가 지소미아 카드로 반일감정을 부추기며 일본을 압박해 수출규제를 풀겠다고 판단한 것부터 참담한 외교 실패다. 일본의 수출규제 원인은 대법원의 징용 판결을 방치하면서 청구권 협정에 부정적 태도를 보여온 문 정부에 있다. 이제라도 문 대통령은 1965년 체제 준수 및 징용 판결의 국내적 해결을 천명해 지소미아 갈등을 원천 해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