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미·정서 작품에 녹여 ‘한국적 추상화’ 일군 1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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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유영국, 남관, 한묵, 이성자 등 한국 추상회화 1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들은 ‘조형의 순수함’만을 전부인 양 추구한 결과 ‘건조한 기하학적 세계’만 남은, 서구의 추상미술을 무조건 맹종하지 않았다. 그들은 한국의 전통적인 미의식과 정서를 추상기법으로 녹여내 식민지시대의 것과도 다르고 서양의 것과도 다른 ‘한국적 추상의 세계’를 만들어 나갔다. 김환기는 달항아리나 매화, 고궁 등 전통적 미를 현대화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유영국은 기하학적 패턴 속에서도 산이나 숲과 같은 한국 산천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끌어들였다. 한묵 역시 동서양의 세계관을 넘나드는 사유를 바탕으로, 시공간과 생명의 근원을 작품에 표현했다. 남관도 고대 상형문자 도입 등으로 동양적 문자추상의 세계를 개척했다. 또 이성자는 씨줄과 날줄이 촘촘히 직조된 화문석 같은 작품으로 한국인의 얼을 표현했다.

서성록 안동대 미술학과 교수는 “한국의 추상 회화는 서구의 모더니즘을 수법적인 측면에서 수용했으나 한국의 특유한 정체성은 서구에서 유입된 것과는 다르게 우리만의 독자적인 가치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서성록의 논문 ‘한국 추상회화의 원류’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