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北인권도 당당히 다뤄야 변화 이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북한에 억류됐다가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한국에 온다. 오는 22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납북피해자 국제결의대회’에 맞춰 방한하는 웜비어의 부모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다. 청와대 외교안보실은 “국정 운영 일정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청와대의 면담 거절은 피해자 접견이라는 국제 관행이나 북한 인권 보호 기준에서 볼 때 이해하기 어렵다. 청와대의 면담 거절은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 경시 행태로 국제적인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왜 청와대는 30분의 시간을 내서 피해자의 가족을 만나 위로의 말을 건네며 사진 한 장 찍지 못하는 걸까?

우선, 문 정부의 대북정책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롯한 평양의 권부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9·19 평양 공동선언 등 북한 당국과의 화해 협력만을 강조했기 때문에 평양의 심기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인민은 안중에 없고 최고지도자만을 염두에 둔다. 북한 인권에 눈을 감는 행태로서 편향된 대북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북한의 심기를 거르지 않는 것이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를 평화롭게 유지한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하지만 지난 2년 반 동안 향북(向北) 정책으로 북한에 올인했으나 돌아온 것은 정부를 겨냥한 대남 비난은 물론이고 문 대통령 개인에 대한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비판이다.

역발상으로, 북한의 아킬레스건인 인권문제를 거론해야 한다. 북한이 듣기 싫은 정책을 펴야 문 대통령이 원하는 한반도 평화 구상의 실질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북한 인권에 눈감은 역대 정부는 북한이 싫어하는 정책은 피했다. 결국 평양 권부의 체면과 위세만 세워줬다. 코페르니쿠스적인 대전환으로 인권문제를 직설적으로 거론해야 북한이 변한다.

다음은, 청와대의 면담 거절은 국제적인 흐름에 맞지 않는다.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문 대통령이 인권 변호사 경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면담 거절이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태도는 미국과 일본의 인권 중시 정책과 대조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탈북자를 2번이나 백악관에 초청하고 국회 시정연설 발표 무대에서 장애인 탈북자를 소개하기도 했다. 오히려 인권문제를 강력하게 제기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한다.

지난 2월 하노이 회담 때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인권문제도 논의하느냐”는 기자 질문에 “모든 걸 다 논의한다”고 답했다. 북한 인권이 더는 금기 영역이 아닌데도 청와대만 알아서 기는 행태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노력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 방일 때 피랍자 가족들과의 면담을 주선하고 미국이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인권을 경시하는 국가는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북한 인권 경시가 고착화하고 있다. 지난 7일 북한 어민 2명의 강제 북송은 북한이탈주민보호법을 위반한 반인도적 처사다. 탈북자를 송환하고 웜비어 부모의 청와대 면담을 거절한 것은 정부의 북한 인권 외면 정책이 날이 갈수록 심해진다는 증거다. 문 정부는 출범 이후 북한 인권 활동가들에 대한 지원을 중단한 데 이어, 2016년 제정된 북한인권법이 규정한 북한인권재단도 소극적인 입장을 취해 3년 가까이 공석으로 방치하고 있다. 요컨대, 북한 인권에 대한 무관심과 홀대가 구조화하고 있다. 북한 인권 정책의 일대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