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지방선거 민주진영 압승>홍콩 이공대 ‘최후의 30인’ 언어장애·거식증세 보여

학생회장 대행도 캠퍼스서 나와

홍콩 구의원 선거가 범민주진영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최후의 보루’에 갇혀 있던 홍콩이공대 학생들에게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구의원 선거가 치러진 24일과 시위대의 승리 결과가 나온 25일 극렬한 시위는 없었다. 홍콩이공대 내에는 현재 30명 정도가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대 한 관계자는 “현재 이들의 심리 상태가 극도로 불안해 식사를 거부하거나, 말할 때 완전한 문장으로 말하지 못하는 등 소통장애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이날 시위대들이 자주 이용하던 텔레그램 단체 메신저 방이나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인 LIHKG 등에선 투표장에 갈 때 시위대의 상징적 복장인 검은 옷을 입거나 마스크를 착용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친정부 세력에 괜한 꼬투리를 줘 투표를 무효화하거나 선거 자체를 연기하려는 시도를 사전에 방지하자는 의미다. 실제 거리에서도 대부분이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선거가 이뤄졌고 검은 옷을 입은 투표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홍콩대 재학생인 케빈 씨는 SCMP에 “내게 승리란 5대 요구사항이 모두 관철되는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선거를 통해 범민주 계열에 더 많은 표를 던진다면 의정 과정에서도 싸울 수 있는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투표소 인근에 폭동진압 경찰을 배치했지만 선거 영향 논란을 의식한 듯 최대한 유권자들의 눈에 직접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경비를 섰다.

한편 전날까지도 홍콩이공대에선 마지막까지 저항하던 시위대들이 잇따라 경찰에 검거됐다. 24일 SCMP, 밍바오(明報) 등에 따르면 홍콩이공대 학생회장 대행인 켄 우(22)가 이 대학 로드니 추 교수의 도움을 받아 전날 오후 6시쯤 캠퍼스를 나와 경찰에 체포됐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