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조국(오른쪽 첫 번째) 전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 재임 시절이던 지난해 1월 14일 춘추관에서 백원우(〃두 번째) 민정비서관, 박형철(〃세 번째) 반부패비서관을 대동하고 정부의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등 권력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김기현 문건’ 수사 어떻게
김기현 前시장 관련 비위사실
외부로부터 제보 받은 것인지
靑 자체수집한 것인지 밝혀야
당시 민정수석실 ‘일사불란’
曺윗선 개입가능성 배제못해
靑 ‘수사 지지부진’ 질책이후
황운하 前청장, 수사팀 교체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민정비서관이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행된 경찰의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수사 근거가 된 비위 첩보 문건을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게 전달한 것을 시인하면서 검찰의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백 전 비서관이 28일 입장문에서 “일선 수사기관이 정밀히 살펴보도록 단순 이첩한 것 이상이 아니라는 뜻”이라며, 선거 개입이나 ‘윗선’이 없었다고 선을 그었지만 검찰은 이 같은 결정이 비서관 수준에서 결정될 수 없는 사안으로 판단하고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이른바 윗선을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민정비서관실 또는 반부패비서관실의 경찰 출신 행정관 등이 울산 지역 일선 경찰들을 접촉해 정보를 수집한 뒤 비리 첩보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강하게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울산지검 공안부에서 넘겨받은 자료 등을 통해 김 전 시장에 대한 비위 첩보 문건을 민정비서관실에서 만든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 전 비서관이 이 첩보를 같은 민정수석실 산하인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게 건넸고, 이 첩보가 반부패비서관실에서 근무 중인 경찰 출신 A 행정관을 통해 경찰청으로 갔고 황운하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에게 전달돼 수사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백 전 비서관이 이첩한 문건이 경찰이 작성한 것인지, 청와대에 파견된 경찰 출신 특감반원들이 울산경찰청 보고를 받고 작성한 것인지 등은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민정수석실 파견 경찰 출신 행정관 등이 울산 지역 일선 경찰들을 접촉해 정보를 수집한 뒤 비리 첩보를 보완 작성한 것으로 강하게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민정비서관실에 근무했던 윤규근 총경이 첩보 문건 작성에 주도 또는 관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당시 청와대에서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자체장은 여당이 사수해야 한다는 기조가 강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민정수석실에 근무하는 경찰 출신들은 지자체장 인사 검증 과정에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비리 첩보 문건 작성에 관여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시장은 지난 3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시중의 소문을 듣고 보고서를 작성한 게 아니라, 울산경찰청에 연락해 직접 물어본 것이다. 수사 상황을 보고받는 것은 개입과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소관 업무를 벗어난 것이다. 청와대가 당시 경찰 수사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같은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나면 김 전 시장 관련 첩보 생산과 수사에 연루된 청와대 및 경찰 관계자에게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민정수석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던 만큼 조국 당시 민정수석보다 더 윗선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 안팎에서는 ‘대의 민주주의 훼손’ ‘공권력에 의한 선거 무력’ 등으로 사건의 성격을 규정하며, 친문(친문재인)그룹의 사건 개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언급되고 있다.
검찰은 또 백 전 비서관을 통해 황 전 울산경찰청장에게 전달된 첩보에 김 전 시장 주변 인사의 비리 의혹과 함께 “김 전 시장 관련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질책성 내용이 담긴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당시 울산경찰청은 김 전 시장 측근과 연루된 건설업자 B 씨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었다. 검찰은 이 질책성 문구가 청와대와 경찰이 지방선거에 개입한 정황을 드러내는 단서로도 보고 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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