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y >단속장비 모자라고 法통과도 난항… 사실상 ‘시범운영’으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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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곳곳서 차질 빚는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배출가스 5등급 차량단속 ‘인구 50만도시 → 수도권’ 축소… 인천·경기는 운행 막을 장비 제대로 못갖춰
법안은 5개월째 국회서 표류…“과태료 너무 세다”·“석탄발전 줄이면 전력수급 불안” 이견 속출

5일 정부가 미세먼지 고농도 시기를 맞아 ‘계절 관리제’를 시행한 지 닷새째를 맞았지만, 예상대로 관련법 계류와 부처 간 이견 등 준비 미흡에 따라 적잖은 차질을 빚고 있다. 시행에 앞서 핵심 대책은 축소되고, 저감 목표도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아 범정부 차원의 미세먼지 특별대책이 닻을 올린 이번 겨울은 사실상 ‘시범 운영’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계절 관리제는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단 등 미세먼지 저감조치를 고농도 시기인 내년 3월까지 내내 시행하는 것으로, 지난 1일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이에 따라 4개월 동안 수송·발전 등 전 분야에서 미세먼지 배출량 감축이 이뤄지게 된다. 환경부는 지난달 26일 이 같은 내용의 계절 관리제 첫 시행을 위한 세부 사항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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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수송 부문에서 배출가스 5등급 차량(경유차 중 2002년 7월 1일 이전 기준이 적용돼 제작된 차량)의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 운행이 내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제한된다.

내년 1월까지는 사실상 홍보·계도 기간으로 설정됐으며, 단속 대상 차량은 수도권에 등록된 5등급 차량으로 한정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서울과 비교해 인천과 경기도는 단속 장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면서 “국민 정책 수용성을 고려해 차례로 시행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조치가 기존 계획보다 크게 후퇴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애초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지난 9월 인구 50만 명 이상 도시 전역에서 5등급 차량 운행을 제한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전국 247만여 대의 5등급 차량 중 생계형, 저공해 조치 신청 및 완료 차량을 제외한 114만 대(4월 기준)가 단속 대상이 될 것으로 추산됐다.

기후환경회의의 정책 제안은 지난달 1일 국무총리 주재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 의결을 거치며 단속 지역이 ‘수도권’으로 1차 축소됐다. 그리고 환경부 발표에선 대상 차량의 범위 역시 ‘전체 5등급’에서 ‘수도권 등록 5등급’으로 재차 줄어들었다. 환경부에 따르면 수도권에 등록된 차량은 75만 대로 이 가운데 생계형 차량(21만 대)과 저공해 조치 완료 차량(18만 대) 등을 제외한 실질적인 단속 대상은 28만여 대(12.4%)에 불과하다.

단속 근거가 될 ‘미세먼지 특별법’ 개정안 통과도 난항을 겪고 있다. 개정안엔 적발된 차량에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조항이 담겼다. 도로에 설치된 CCTV에 의심 차량이 찍히면 등록정보를 확인해 위반 여부를 판단하며, 15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안이 검토 중이다. 환경부는 해당 개정안은 쟁점이 없는 법으로, 국회만 열리면 통과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법 통과를 전제로 수도권 3개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련 조례를 준비하고 있어 2월 시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 기대와 달리 법안 통과는 지지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개정안은 지난 8월 국회에 넘겨졌지만, 여전히 입법 절차조차 밟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미세먼지 특별법의 조속한 개정을 기대한다”고 입법부를 압박했다. 그러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를 놓고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진 국회가 정상화될지도 미지수라 범정부 차원의 미세먼지 대책은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수도권 지자체들도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시는 자체적으로 사대문 안 5등급 차량 운행을 제한하는 ‘녹색교통지역’ 제도를 도입, 되레 정부보다 속도감 있게 정책을 펼치고 있다. 위반하면 과태료 25만 원이 부과되는데 시행 첫날인 지난 1일에만 모두 416대가 적발됐지만, 과태료 부담이 가혹하다는 볼멘소리도 곳곳에서 나왔다. 생계형 차량이 많은 인천·경기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는 개정안에 따른 조례조차 발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발전 부문에선 전체 60기의 석탄화력발전소 중 최대 15기가 가동 중단된다. 나머지 석탄발전의 경우에도 출력을 80% 이하로 제한하는 상한제약을 상시 실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철에 석탄발전 가동을 처음으로 중단하면서 ‘자칫 전력수급에 구멍이 뚫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