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시절 부른 ‘코리아’… 韓·헝가리 다리 역할 해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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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수교 30주년’ 기념 한국 온 가수 체프레기 에바

1986년 가요제서 만난 만도키
서울올림픽 노래 부르자 약속
당시 한국서 인기있어 앨범 내

지금 헝가리에선 BTS가 인기
시간 촉박해도 이태원 꼭 구경

“한국과 헝가리가 수교도 맺기 전이었던 냉전 시절, ‘코리아(Korea)’란 곡으로 두 나라의 다리가 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주제곡 중 하나인 ‘코리아’를 발표했던 헝가리 혼성그룹 ‘뉴턴 패밀리’의 보컬 싱어 체프레기 에바(66·사진)가 한·헝가리 수교 30주년을 맞아 31년 만에 방한했다. 에바는 11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음악은 한 나라를 알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는데, 지금 헝가리에선 방탄소년단(BTS)이 인기”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에바가 독일 댄스그룹 징기스칸의 레슬리 만도키와 함께 부른 ‘코리아’는 일본 걸그룹 소녀대와 가수 박혜령이 리메이크했으며, 에바는 12일 헝가리 문화원 개원식에서 31년 만에 첫 내한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에바의 한국과의 인연은 1986년 열린 서울국제가요제에 참가하기 위해 처음 한국에 오게 되면서 시작됐다. 에바는 “가요제에서 만난 만도키와 헝가리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2년 뒤에 서울올림픽이 있는데, 한국에 대한 곡을 만들어 다시 오면 어떨까’ 얘기했고 그 약속을 지키게 됐다”면서 “당시 한국에서 ‘에바 선’이란 이름으로 솔로 앨범도 내는 등 인기가 꽤 있었기 때문에 음반사 측에서도 바로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에바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데는 30여 년이 더 필요했다. 에바는 “1980년대 말에는 한국과 헝가리가 수교가 안 돼 있었기 때문에 서울을 마음 놓고 구경할 수조차 없었고, 비자 발급 과정부터 비행기 탑승까지 매니저가 해결해야 하는 일이 많은 상황이었다”면서 “차를 타고 다녀야 해서 팬들과의 접촉도 어려웠다”면서 아쉬워했다. 에바는 헝가리에서도 ‘한류’ 열풍이 뜨겁다면서 “헝가리 엘데대의 한국학과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이 굉장히 많아 놀랐고, 여전히 김치도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에바는 이번 방한 기간에 “광화문 광장을 구경했는데, 시간이 촉박해도 이태원을 꼭 구경하고 가고 싶다”고 말했다. 또 에바는 “한국에서 사랑받은 ‘스마일 어게인(Smile again)’이란 곡은 내가 좋아하는 곡 중 하나”라면서 “각각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로 세상을 조금씩 더 좋게 만드는데, 내겐 그 일이 음악”이라고 말했다. 에바는 “‘코리아’란 곡으로 두 나라 사이를 이을 수 있어 행복했다”면서 “앞으로도 한국과 헝가리가 음악을 통해 서로를 더 알아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