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하원, 탈원전 21년만에 “원전 모라토리엄 해제해 달라”

에너지·환경 상임위 보고서

전기료 급등·잦은 정전 등
부작용 속출에 재검토 요청
“핵폐기물 발생량이 적은
소형모듈원전 승인 필요”

호주 의회가 1998년부터 이어온 ‘원전 모라토리엄(탈원전)’ 정책의 부분 폐기와 함께 차세대 신기술 원자력발전소를 승인해 달라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간 태양광과 풍력 발전 비중을 늘리고 석탄발전소 가동을 줄이는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적극 추진해 왔던 호주 정부가 전기료 급등, 잦은 정전 등 부작용이 속출하자 원전 재검토를 요청한 데 따른 조치다.

18일 시드니모닝헤럴드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호주 하원의 에너지·환경 상임위원회는 13일 ‘당신의 승인 없이는 하지 않습니다: 호주의 원자력 기술을 발전시키는 길’이라는 보고서를 토니 스미스 하원의장에게 제출했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소형모듈원전(SMR)을 포함한 3세대+(플러스)와 4세대 기술에 따른 원자력 발전에 대한 모라토리엄 철회 △기존 1·2·3세대 원전 기술에 대한 모라토리엄 유지 △이와 관련한 각 주 정부와의 협의를 정부에 권고했다. 위원회는 지난 8월 6일 앵거스 테일러 에너지부 장관의 요청에 따라 원전 도입에 따른 경제적·환경적 영향 등을 검토해 왔다.

테드 오 브라이언 에너지·환경 상임위원장은 “핵 에너지는 우리의 미래 에너지 믹스의 일부로 고려돼야 한다”며 “오래된 원자력 기술에 대해선 명확한 ‘노(NO)’를 말하되 소형모듈형 원자로와 같은 신기술에 대해선 조건부로 ‘예스(YES)’라고 말해야 한다”고 밝혔다.

호주 정부가 검토를 요청한 소형모듈원전은 300㎿급 소형 원자로로, 대형 원전에서 주변 기기를 잇는 배관을 없애 방사능 누출 위험을 낮춘 기술로 꼽힌다. 핵폐기물 발생량이 적고 안정성이 뛰어난 차세대 원전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테일러 장관은 “원전 모라토리엄 정책을 폐기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모라토리엄을 변경하기 위해 초당적인 지지와 광범위한 공동체 승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호주 정부는 1998년 ‘호주 방사능 보호와 원자력 안전법’을 제정하고 원자력 발전소 건설과 운영에 대한 초당적 모라토리엄을 유지해 왔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 이후 석탄 화력 발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급격히 늘렸지만 전력수급은 계속 악화됐다. 2016년 남호주와 2018년 빅토리아주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대표적이다. 전기료도 올라 지난 3월 기준 호주의 가정용 전기료는 1kWh당 0.25달러로, 우리나라(0.1달러)의 2.5배에 달한다. 호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우라늄 생산 국가이기도 하다.

호주 여론은 아직 찬반이 팽팽하게 갈리고 있다. 호주광물위원회(MCA)가 10월 중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1500명 중 39%가 호주 원전 재개를 지지하고, 33%가 반대했다. 호주 하원의 노동위원회는 ‘모라토리엄을 해제할 근거가 없다’는 반박 보고서를 발표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