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이태석 신부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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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고문

종교 차이를 넘어 무종교인들도 ‘한국인 슈바이처’ ‘톤즈의 성자(聖者)’ 등으로 추앙하는 이태석(1962∼2010) 가톨릭 신부는 생전에 자주 받은 질문을 소개한 적이 있다. “의사여서 의술로 도울 수 있는 가난한 사람이 한국에도 적지 않은데, 왜 신부가 돼서 아프리카 최빈국이면서 오랜 내전으로 더 황폐해진 남수단의 작은 오지 마을 톤즈까지 갔는지를 묻는 사람이 많다.” 대답도 밝혔다. “내 삶에 영향을 준 아름다운 향기가 있다. 가장 보잘것없는 이에게 해준 것이 곧 내게 해준 것이라는 예수님 말씀, 다른 모든 걸 포기하고 아프리카에서 평생을 바친 슈바이처 박사, 어릴 때 집 근처 고아원에서 본 신부·수녀들의 헌신, 10남매를 위해 희생하신 내 어머니의 고귀한 삶, 이것이 내 마음을 움직인 향기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를 여의고, 삯바느질로 생계를 꾸리는 홀어머니 슬하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나, 인제의대에 진학해 의사가 된 것도, 광주가톨릭대 신학과와 로마 교황청 살레시오대를 졸업하고 사제 서품을 받은 것도 그 ‘향기’가 이끌었다는 취지다. 한센병·말라리아·콜레라 등 전염병이 창궐하는 톤즈에 2001년 부임한 뒤 2010년 대장암으로 선종(善終)하기까지, 의사·농부·교사·건축가·친구 역할을 도맡아 하며 현지 주민에게 ‘절망과 좌절’을 ‘희망과 용기’로 바꿔 갖게 한 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랑 사랑 사랑 오직 서로 사랑하라고／ 난 영원히 기도하리라 세계 평화 위해／ 난 사랑하리라 내 모든 것 바쳐’ 하고 끝나는 성가 ‘묵상’을 중학교 3학년 때 작사·작곡했을 만큼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남수단 초유의 학생 브라스밴드 창단으로 이어지게 해, 청소년들에게 자립 의지와 활력을 키워준 배경도 다를 리 없다.

그의 10주기를 맞아 감동적인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 2 : 슈크란 바바’가 지난 9일 개봉됐다. 그의 선종 8개월 후 개봉돼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린 ‘울지마, 톤즈’ 속편으로, 숨을 거두면서 남긴 유언 ‘Everything is good!’을 포함한 마지막 발자취까지 담았다. 그의 생가가 복원된 부산시 남부민동 톤즈문화공원에서는 기일(忌日)인 오는 14일 이태석기념관도 개관한다. 영화도, 기념관도 이 신부의 향기가 더 널리 퍼지게 할 것이다. 자신의 삶도 사회의 향기가 되게 하겠다고 결심하는 사람이 늘어나게 할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