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한국영화 첫 아카데미상 수상>韓영화 101년만의 쾌거…“세계 영화사 기념비적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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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상의 의미와 효과

예술-상업영화의 경계 허물어
봉준호식 윤리관 성공 이뤄내

K무비, 독립적 카테고리 각인
국제 투자유치·공동제작 물꼬

“영광이다. 이 상은 한국이 받은 최초의 오스카 상이다.”

봉준호 감독의 각본상 수상소감처럼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으로 새로운 100년을 여는 한국영화가 의미 있는 첫걸음을 내디뎠다. ‘기생충’이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각본상과 국제장편영화상을 거머쥐며(한국시간 10일 오후 12시 25분 현재) K-무비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렸다. 각본상 수상은 사회 양극화를 코미디와 스릴러 장르의 결합으로 풀어낸 것에 대한 인정이며 국제장편영화상은 세계 영화계가 한국영화 전체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생충’은 각본상 부문에서 ‘1917’ ‘나이브스 아웃’ ‘결혼이야기’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 등을, 국제장편영화상 부분에서는 ‘코퍼스 크리스티’(폴란드), ‘허니랜드’(북마케도니아), ‘레 미제라블’(프랑스), ‘페인 앤 글로리’(스페인) 등을 제치고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은 한국영화계를 넘어 한국 문화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영화가 100주년을 맞은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안겨준 봉 감독이 아카데미상까지 수상하며 후배 영화인들의 목표점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한국인에게는 오랜 로망이자 넘을 수 없는 벽처럼 여겨졌던 아카데미상 수상으로 ‘한국영화’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는 것은 물론 변방의 예술영화 정도로 여겨졌던 한국영화가 일약 세계 영화산업의 비전을 제시하는 중심자리에 오를 전망이다. 세계적인 다양화 흐름과 맞물려 한국영화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영화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일 것으로도 보인다.

‘기생충’의 이번 수상은 전 세계의 보편적 이슈인 양극화를 다루며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봉준호 감독은 대중적인 영화를 만들며 대중과 타협하지 않는 결말로 충격을 안겨줬다. 한마디로 예술영화와 상업영화의 경계를 깨부쉈다”며 “가진 자들도 인간이고, 구조적인 이유로 고생하는 못 가진 자들도 잘못을 하고 있다는 봉준호식 윤리관이 성공을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수상을 “세계 영화사의 역사적, 기념비적 사건”으로 평가했다. 그는 “이런 표현이 대개 과장된 수사로 그치기 쉽지만 ‘기생충’은 명실상부하게 부합된다”며 “영화를 평가하는 세 가지 기준으로, 대중적 성공과 영화제·영화상을 통한 인정, 그리고 비평적 평가 등을 들 수 있는데 ‘기생충’은 모든 것을 얻었다”고 말했다.

아시아 영화산업의 동반성장을 위해 ‘한·아세안 영화기구’ 설립을 추진해온 오석근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한국영화가 101년을 시작하는 해에 큰 선물을 안겨준 봉준호 감독에게 감사하다”며 “이제 한국영화를 중심으로 아시아영화에 대한 투자와 공동제작, 로케이션 등이 물꼬를 틀 것”이라고 말했다.

‘신과 함께’ 시리즈를 제작한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그동안 아무리 잘 만든 한국영화도 북미에서는 그저 그런 변방의 예술영화 정도로 봤지만 이제는 그 시선이 달라질 것”이라며 “봉준호 한 명만 찾지 않고, 한국영화산업 전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아시아권 혹은 비영어권의 하나로 존재하던 한국영화가 이제는 하나의 독립적인 카테고리로 잡히는 각인효과가 생길 것”이라며 “한마디로 한국영화가 주류로 올라서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부산행’을 통해 한국형 재난 블록버스터의 가능성을 보여준 투자배급사 NEW의 장경익 영화투자배급사업부 대표는 “많은 영화인이 할리우드에 진출하지 않으면 글로벌 프로젝트를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한국을 중심으로 판을 짤 수 있게 됐다”며 “‘부산행’이 칸국제영화제에서 화제가 됐을 때 할리우드 스튜디오에서 연상호 감독에게 큰 관심을 보였지만 ‘지금은 가지 마라’고 만류했다. 한국에서 만든 한국영화를 들고 가야 한다는 뜬구름 잡는 소리가 이제 실현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